바이오협회, 英학술지 美정부 투자액 논문 분석
"팬데믹 2년간 40조 투입"…한국은 3년간 5800억
화이자 130조·모더나 27조 매출 효과로 이어져
개발비 못받은 SK바사 국산백신 해외판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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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생산공장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생산 및 포장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사간 사업 희비로 갈리는 이같은 상반된 성적표가 다름아닌 각국 정부의 제약바이오 투자의 결과물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은 지난 1일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대한 미국 정부 투자액 연구결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 이전 약 35년(1985~2019년)과 코로나 기간 약 2년(2020년 1월~2022년 3월)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NIH), 생물의학고급연구개발기관(BARDA), 국방부 등 3개 미국 정부기관이 각각 mRNA 백신 기술에 투자한 내역을 분석한 것이다.
해당논문의 분석 결과에서 NIH 등 미국 3개 정부기관의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과 직접 관련된 지원금을 총 319억달러(약 40조원)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약 35년간 mRNA 기초 기술 등에 총 3억4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했다면, 팬데믹 이후 2년 2개월 동안에만 약 92배 급증한 315억6000만달러를 지출한 셈이었다.
이 지원금은 대부분 화이자·모더나 등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지원에 쓰였다. 특히, 팬데믹 이전에 연구소 규모의 기업에 불과했던 모더나는 수십조원대 정부 지원을 받아 일약 글로벌 백신기업으로 도약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20년 초 팬데믹 직후 긴급 정부지원 시스템을 가동, 코로나 백신 임상 시험 등에 공격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화이자는 지난해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000만달러(약 130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매출 중 55% 가량은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차지한다.
모더나의 지난해 전체 코로나19 관련 매출도 총 210억달러(약 27조원)로 추산된다. 일상회복으로 코로나 백신·치료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미 백신·치료제 개발사들은 수십조원의 연매출을 올린 셈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가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R&D 지원, 임상시험 지원, 백신 선구매 등)은 2020년 총 1115억원, 2021년 1528억원, 지난해 3210억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동안 통틀어 1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5853억원에 그쳤다. 미국 정부의 2년간 지원금의 6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 예산 중 실제집행된 금액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유일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 개발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이 전혀 없었고, 스카이코비원 개발 후 1000만회분 선구매 대금 2000억원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고 업계는 전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부예산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이는 출시 시점의 실기(失期)와 이후 판매 격차로 이어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스카이코비원의 전체 누적 접종 건수(1차접종, 2차접종, 동절기추가접종 모두 포함)는 총 3332건으로 국내 전체 누적 접종건수의 0.003%에 불과했다. 지난 7일 하루동안 국내 코로나19 백신 신규 접종 건수 총 6647건 중 스카이코비원 접종은 2건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스카이코비원 전체 판매 실적은 지난해 3월 질병관리청과 체결한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금액 2000억원이 전부이며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해외 판매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만 정부 투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 2010~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210개 신약 모두 일정부분 미국 NIH 연구지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백신을 포함해 신약 개발에서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