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빠 둘에 대리모 하나인 쥐가 ‘진짜’…동성부부 친자식 출산 가능해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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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기사내용과 무관).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과학자들이 수컷 생쥐 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생물학적 아빠 쥐’ 두 마리 사이에서 새끼를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수컷 세포로 생식이 가능한 난자를 배양해 낸 첫 번째 사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은 하야시 카츠히코 오사카대 교수가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하야시 교수는 생식세포 실험실 배양 권위자로, 규슈대에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수컷 쥐 피부세포를 취해 다른 형태 세포로 변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이 줄기세포는 성염색체가 남성에서 나타나는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XY) 조합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들 줄기세포에서 Y염색체를 제거한 뒤 X염색체를 복제해 서로 갖다 붙여 암컷 성염색체인 ‘XX’로 변환시켰다.

이 성염색체 조정으로 줄기세포는 난자가 되도록 프로그램화 될 수 있었다.

이 세포들은 쥐 난소 내부 환경에 맞춰 고안된 배양 시스템인 난소 오르가노이드(미니기관)에서 난자로 배양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배양된 난자를 정상적 정자와 수정시켜 약 600개의 배아를 얻었다. 이후 이것들을 대리모 쥐에 착상한 결과, 새끼 쥐 7마리가 태어났다.

성공률은 정상적 암컷에서 채취한 난자 이용 때(5%) 보다 낮은 약 1%였다.

연구팀은 두 아빠 쥐 사이에서 태어난 이 새끼 쥐들이 건강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쥐들은 수명도 보통 수준이었고 자라서 다른 새끼도 낳은 것으로 전해졌다.

햐야시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지만 쥐를 넘어 연구실에서 배양한 인간 세포 난자 창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년 내로 남성 피부세포를 이용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사회가 용인한다면 원래 불임 여성 치료를 위해 발족한 이번 연구 결과물이 동성 커플 자녀 출산에도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는 BBC에 "사람들이 그걸 원하고 사회도 이런 기술을 받아들이면 나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남성이 자기 정자와 인공적으로 창조된 난자를 사용해 아기를 만드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제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성염색체 이상으로 난자가 안 생기는 터너증후군 여성과 LGBTQ+(성소수자) 자녀 출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인간 난자 전 단계까지는 창조했다. 그러나 성숙한 난자와 정자 발달에서 요구되는 세포분열에 핵심 단계인 감수분열 지점 전에서 개발이 멈춰있다.

조지 데일리 하버드 의대 교수는 하야시 교수의 연구가 매력적이지만 사회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독특한 인간 배우자형성(생식 세포 형성) 생물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쥐에 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훨씬 더 어렵고, 실험실에서 난자를 배양할 경우 유전적 오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알타 차로 위스콘신매디슨대 법학교수는 이런 기술이 실제로 활용될지는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생물학적 연관성보다 개인적 관계를 더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가족들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보다) 입양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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