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30대 청년 된 소년에 美 검찰 돌연 “풀어주세요”...동명이인이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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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왼쪽) 사진으로 총격 살인 누명 쓰고 18년 옥살이한 셸던 토머스(오른쪽).브루클린지방검찰청 페이스북/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미국에서 10대 시절 감옥에 간 한 흑인 남성이 18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당 형사가 사건 증인에게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 사진을 제시한 탓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릭 곤살레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지방검사장은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살인죄로 복역 중인 셸던 토머스(35) 유죄 선고 무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머스 기소를 취소하고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 사진이 제시되는 바람에 토머스가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브루클린지방검찰청 유죄판결재검토부(CRU) 보고서에 따르면, 토머스는 2급 살인과 살인미수 등으로 징역 25년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브루클린 이스트플랫부시 한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차 안에서 총을 쏴 14세 소년을 살해하고 다른 행인을 다치게 한 일당 3명 중 2명을 붙잡았다. 당초 토머스는 이 목격자가 진술한 용의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며 과거 고장 난 총을 경찰관에게 겨눈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던 토머스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러면서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셸던 토머스’ 사진을 뽑아 다른 5명 사진과 함께 목격자에게 보여줬다.

목격자는 사진 속 토머스가 당시 총격 용의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확인했다. 그러자 경찰은 ‘난 살인을 저지른 적 없다’고 항변하는 토머스를 체포했다.

토머스는 사건이 벌어진 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브루클린이 아닌 퀸스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보고서는 이 사건 담당 형사들이 토머스를 체포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찰이 목격자에게 보여준 것은 공교롭게도 같은 동네에 사는 다른 흑인 남성 ‘토머스’의 사진이었다.

이 사실은 일부 경찰관 허위 진술과 더불어 법원 사전 심리 과정에서 밝혀졌다. 다만 담당 판사는 두 토머스가 닮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의뢰로 진행된 설문은 판사 입장과 달랐다.

당시 기소된 토머스와 경찰이 제시한 사진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비교한 유색인종 법학도 32명 중 27명은 ‘토머스가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곤살레스 검사장은 "우리는 공정함을 추구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시작부터 심각한 잘못에 휩싸였고 토머스를 체포할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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