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움직이자 쏟아지는 지원책...은행주는 '주르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10 17:31

'독과점' 비판하던 이 원장, 연이은 은행 방문



부담 느낀 은행들 '금리인하' 등 대책 마련



수익 부정적 영향…은행주 주가 하락세

이복현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 현장 방문 행보에 은행들이 잇따라 금리 인하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독과점을 문제 삼으며 은행권을 비판하던 이 원장이 개별 은행을 직접 찾자 은행들이 화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올 초만에도 주주환원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던 은행주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이 원장의 연이은 은행 방문…은행권 각종 지원책 발표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금리를 낮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를 경감해주는 내용 등을 담은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의 국민은행 본점 방문에 맞춰 금융소비자 고통 분담과 상생이란 취지에서 금융·비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원장은 국민은행을 찾아 국민은행의 지원책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은행의 지원 방안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은행의 노력이 일회성이거나 전시성으로 흘러가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장사, 독과점 등을 문제 삼으며 은행권을 거침없이 비판하던 이 원장의 은행권 방문은 지난달부터 지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하나은행 본점을 찾아 중소기업 대표, 소상공인 차주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하나은행은 당시 서민금융상품 햇살론 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해주는 프로그램 시행 등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어 이 원장은 지난 8일 BNK부산은행 본점을 찾아 부산·경남지역 중소 업체 대표 등을 만났다. 당시 부산은행도 판매 중인 주택·전세·신용대출 전 상품 신규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총 1조6929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이 원장이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등도 방문할 계획이라 은행들은 연이어 금리 인하와 같은 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금감원장의 현장 방문에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은행별로 지원책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은행 때리기’에 은행주는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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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은행 지수는 올 들어 가장 고점이었던 지난 1월 16일(735.57)에 대비 16.6%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은행 때리기에 은행권이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할 수록 은행주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약이 걸린 데다 각종 상생 지원책으로 은행들의 수익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우리금융 주가는 1만1300원으로 전일 대비 2.42% 떨어졌으며, KB금융 주가는 4만9700원으로 1.97% 낮아졌다. 신한금융(3만5800원)은 1.65%, 하나금융(4만2250원)은 1.29% 각각 내렸다.

KRX은행 지수는 613.24로 전일 대비 1.89% 낮아졌다. KRX은행 지수는 상장된 9개 은행 종목을 담고 있는데, 일주일 전인 지난 3일(635.36) 대비 3.5% 하락했다. 올 들어 가장 고점이었던 지난 1월 16일(738.45)에 비해서는 약 17% 떨어졌다.

앞서 올 초 은행들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책 확대 요청에 응답하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1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란 발언으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은행주 주가는 하락세로 바뀌었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흘러나오지만 은행주가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자체적인 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기대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가계대출 감소 속에 기업대출 증가 속도도 둔화된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9일(현지시간) 뱅크런 우려에 미국의 은행주가 폭락한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 때리기가 관치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최근의 은행주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며 "국내 은행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당분간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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