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초고속 파산은 전형적인 실책?…"당국 감독에 문제" 지적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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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입구.(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한순간에 파산한 것과 관련해 당국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1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불거진 SVB 파산 사태를 두고 전직 연방준비은행 관계자와 금융계 전문가들은 당국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은행 자문 회사인 ‘페더럴 파이낸셜 애널리틱스’(Federal Financial Analytics)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감독에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SVB는 최근 눈 깜짝할 새 눈덩이처럼 자산 규모를 키웠다. 특히 예금 규모를 1년 사이에 거의 두배로 끌어모으면서 2021년 말 총자산이 2110억 달러(279조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1160억 달러에서 급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미 은행 순위로 16위(2022년 말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아슬아슬한 질주에서 SVB는 전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고 WSJ는 짚었다.

예금주에게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 자금을 끌어모은 뒤 상대적으로 장기로 묶여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는데, 이 사이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손실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겁에 질린 예금주들이 단 이틀 사이에 예금을 빼간 게 지난 10일 파산으로 이어지는 불씨가 됐다.

문제는 "이토록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이자율 위험을 그만큼 높게 떠안았는데도 감독 당국은 어떻게 이를 놔둘 수 있었느냐"는 점이라고 WSJ는 꼬집었다.

2017년 연방준비은행 이사에서 퇴임한 대니얼 타룰로는 "급속 성장은 항시적으로 감독 당국에 최소한의 경계 신호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VB 예금 중 거의 90%가 당국의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부추긴 요인일 수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예금은 1754억 달러(232조원)로, 이중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는 86%에 달하는 1515억 달러(200조 4000억원)로 추정된다.

2007∼2021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에릭 로즌그렌은 "2000억 규모의 은행이 유동성 때문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벤처 자금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알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VB는 대형 은행보다 ‘덜 번거로운’ 유동성 규정을 갖고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TD 카우언의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파산 조짐이 있을 때 감독 당국은 유동성 규정을 새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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