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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을 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장 다음 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0.25% 오를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2시 10분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4.5∼4.75%에서 이달 5.0∼5.25%(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2.6%의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빅스텝 확률이 40.2%에 달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반면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가능성은 전날 59.8%에서 현재 97.4%로 급등한 상황이다.
최종금리 전망도 낮아졌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미 기준금리가 9월까지 5.0∼5.25%로 유지된 후 11월과 12월에는 4.75∼5.0%로 인하되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빠르게 가라앉는 듯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해진 데다 예상과 달리 노동시장 과열이 여전하다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연준이 이달부터 긴축의 강도를 다시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시장을 지배했었다.
하지만 SVB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금리 선물시장은 올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5.25∼5.5%에 이를 가능성을 가장 높은 확률로 반영해왔다.
심지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2일(현지시간) 투자노트를 내고 "FOMC가 22일 회의 결과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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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
이처럼 연준의 통화긴축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배경엔 지난 1년간 연준이 밀어붙인 초고속 금리인상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이코노미스트는 "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 충격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VB 파산원인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있다. SVB는 스타트업들이 맡긴 예치금으로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SVB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끊겼다. SVB는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했지만, 고금리로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한 만큼 큰 손실을 보았다.
이후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속에 유상증자 시도마저 실패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난 9일 하루에 SVB 총 예금(1754억 달러)의 24%에 이르는 420억 달러(약 55조 6000억원) 규모의 인출이 몰렸다.
현재까지는 SVB 파산의 충격이 타 은행과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해 새 위기가 발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높게 올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한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