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가파른 금리인상에 기인
3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 그칠 수도
한은 추가 금리인상 동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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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4월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뱅크런 촉발 이유 ‘금리 인상’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21∼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예상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무게가 실렸으나 SVB 붕괴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SVB 파산의 원인으로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이 꼽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는 미국 16위 은행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SVB는 개인 등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게 아니라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해 미국이나 한국 일반 은행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SVB 파산을 촉발한 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스타트업으로 투자금이 몰렸고 스타트업은 SVB에 돈을 맡겼다. 그러다 경기와 스타트업 실적이 나빠지자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SVB는 주로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했으나 장부상 가치보다 현재 가치가 낮아 유동성 부족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후 유상증자도 실패해 결국 파산했다.
특히 연준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4.75%까지 높이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고 높은 금리에 대출이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이 예금을 빼내 뱅크런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리가 오르자 SVB의 보유 국채 가치는 떨어져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메울 수가 없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으나, 금리를 빠르게 올리다가 연쇄적인 SVB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유동성 문제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만큼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한은 4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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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하는 유인이 낮아진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물가 경로를 보겠다며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했다.
SVB 사태가 국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 분석이지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국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부실에 취약한 금융사들에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기 위축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미국 기준금리(4.75∼5%)가 한국 기준금리(3.5%)와 1.5%포인트 벌어진다는 것은 부담이다. 한미 역전 금리가 1.5%포인트 벌어지는 것은 2000년 10월(1.5%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크다. 연준이 이후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하면 격차는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방향은 이달 열리는 미 FOMC 이후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VB 사태 이후 금융안정 상황과 환율 변화 등 대외 변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간 물가 여건이 다르다는 점 등 한국과 미국 시중금리 간 차별적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당장 금리가 상승 변동성을 분출하는 과정만을 놓고 볼 때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