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7.5만가구…위험수위 넘긴지 오래
부동산 PF 부실·금융권 위기 촉발 가능성 커져
"취득·양도세 감면 통한 리스크 대응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전국 미분양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서면서 분양을 앞둔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방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이대로라면 상반기 중 전국 미분양 물량이 심각 수준인 10만가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위험수준인 6만가구 이미 돌파…미분양 리스크 심화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359가구로 미분양 위험수준으로 판단되는 6만2000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미분양주택이 2만1727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전월(6만8148가구)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10.6%(7211가구)가 늘어나는 등 미분양 리스크가 빠르게 높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방 미분양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1월 지방 미분양 물량은 6만3102가구로 전체 물량의 83.7%를 차지했다. 이 기간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2257가구에 그쳤다.
최근 서울 분양시장은 다소 회복되는 양상이다.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평균 청약경쟁률 200대 1을 기록하거나 완판되는 등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방은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에도 불구하고 수분양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서울 분양 단지들은 지방에 비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증되지만 대형건설사 위주라 중견건설사는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며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된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방 미분양 심각…부동산 PF 부실·금융 위기 우려도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택시장 위기 대응방안 국회 토론회’에서도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으로 미분양주택이 물량이 10만가구가 넘어설 가능성이 높고, 미분양 증가가 결국 지방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전이돼 금융 시장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미분양 물량이 국지적으로 집중돼 있고 그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인데다 초기 분양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향후 미분양 주택은 더 큰 폭으로 빠르게 늘어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 역시 "대구, 울산, 경남 등 지방에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지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낮은 상황에서 물량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 위기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야 제대로 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취득·양도세 완화 통한 미분양 해소 시급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구매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부동산 침체기에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의향은 낮아져 있고 이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분양 해소 방안으로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인하를 비롯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취득세와 양도세를 대폭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등의 세제 완화책을 통해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높여 미분양 물량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문제가 더 심화될 경우 부동산 PF가 망가져서 건설사나 증권사, 제2금융권으로도 문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가장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부터 세제 완화 등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무주택자에 취득세, 양도세 완화를 도입하고 그래도 미분양 물량이 위험 수준일 경우 1가구 1주택자로 대상을 확대해 대책을 시행하는 등 단계적으로 대책을 적용하는 게 미분양 해소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