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새판 짜기 (하)
사드·코로나로 로드숍·H&B 하락과 달리 '나홀로 강세'
멀티숍시장 선점, 온라인·해외사업 키워 시장점유 80%
中企 등용문 무색, 부당납품·독점거래 논란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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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강남 플래그십 매장에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지난 2010년대 후반 승승장구하던 ‘1세대 로드숍 화장품’의 상승세가 꺾인 무렵 탄탄한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절대 강자 자리를 꿰찬 ‘스트리트(길거리) 화장품 판매점’이 있다.
1999년 혜성같이 등장한 ‘CJ올리브영’이 주인공으로, 당시 화장품은 물론 식품, 처방전이 필요없는 의약품 등 여러 품목을 아우르는 국내 첫 ‘드럭 스토어(Drug Store)’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특유의 상품기획(MD) 능력은 물론, 온라인 강화·해외 진출 등 시기적절한 사업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며 한국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수 없는 올리브영, 온라인·해외 사업도 강화
1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과거 K-뷰티를 이끌던 주요 중저가 브랜드·헬스앤뷰티(H&B) 업체들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 영향으로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내리막을 걸어온 가운데 올리브영은 악재 속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올리브영의 성장은 중저가 브랜드의 쇠락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반 미샤·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 등은 1만원대 이하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부딪히면서 매장 수가 급감하는 등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 모두 비용 효율화를 위한 덩치 줄이기에 바쁜 반면에 올리브영은 사드가 발발한 2017년 매장 수 1074개에서 이듬해 1198개, 2019년에는 1246개까지 몸집을 불렸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마저 1259개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 H&B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업계 추정으로 현재 시장점유율만 80% 가량인 올리브영은 지난해 경쟁업체였던 GS리테일 ‘랄라블라’, 롯데쇼핑 ‘롭스’ 모두 매장 철수에 나서면서 사실상 적수가 없어진 상태다.
올리브영의 성공 배경에는 단일 브랜드를 취급하는 일반 로드숍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아우르는 ‘멀티숍’으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으며,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매장 확대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소비 형태로 전환되기 전부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에 힘써온 점도 승부수가 됐다. 2018년 선보인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이 대표 사례로, 모바일 앱(APP) 주문 시 3시간 내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소비자 호응으로 2018년 당시 7.7%였던 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24.5%까지 올랐지만, 2021년 말부터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앱 내 매거진관을 신설하는 등 고객 유입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해외 진출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달 중동 지역에 ‘웨이크메이크’ 제품을 수출하는가 하면, 연내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주변국에 ‘브링 그린’ 등 PB브랜드 상품을 선보인다.
◇中企 뷰티 요람? ‘부당납품·독점거래’는 풀어야 할 과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올리브영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협력업체의 약 70%가 중소·신생업체로 이뤄진 만큼 이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올리브영이 뷰티업계 내 공고한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자본 여력이 없거나 갓 시작한 브랜드들에게 올리브영 입점은 필수 관문으로 불린다. 올리브영은 이들 업체 상품을 들여 상생 경영 이미지를 챙기고, 협력업체는 인지도 확보와 브랜드력을 인정받은 후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올리브영의 시장 내 우월한 지위를 기반으로 한 ‘갑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독 자주 언급되는 것이 편법적 반품 수법으로 꼽히는 ‘인앤아웃(In and Out)’이다. 올리브영이 직매입한 제품의 재고를 납품사에 떠넘기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직매입 거래의 경우 반품이 금지돼 있고, 납품업체가 반품을 직접 요구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이 신제품 납품 시 기존 재고를 가져가도록 하는 부당반품 수법을 썼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납품업체 대상으로 올리브영이 랄라블라 등 경쟁 H&B스토어에 상품을 공급 못하도록 독점 거래 등을 강요했는지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관건은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시장지배적 지위는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를 넘어설 때 해당한다. 이에 올리브영은 조사 중인 사안으로 적극 소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고는 곧 판매 실패를 의미하며 되도록 재고 비용을 떠넘기려는 게 유통업체의 본성"이라며 "재고분을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것 자체가 모럴 해저드에 해당하고 서로 제로섬이기에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헬스&뷰티라는 올리브영의 융합적인 업태 특성상 화장품·식품 등 다양한 품목이 섞여 있어 정확히 어느 업종이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자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