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 "법률대로라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인가했으면 안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19 11:14

"생산단가에 적정이윤 붙여야…요금 독립적 결정하려면 전압별 요금제 필요"



"국내 에너지 법 35개…국민 기본권 향상·사업자 자유 신장 등 선진화 필요"



"사업 역량이 없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발전사업 허가권 장사 못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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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전기요금은 생산단가에 적절한 이윤을 붙여서 결정돼야 한다고 법으로 돼있습니다. 법률대로 하면 지금의 전기요금을 인가해줬으면 안 됐습니다.

이종영(67)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전기위원회의 위상과 전기요금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전기위원회는 전력산업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전기사용자의 권익 보호, 전기사업자간 분쟁 조정, 전기사업의 허가, 전기요금 등에 관한 심의·의결 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위원장을 포함 위원 총 9명 중 3년 임기를 마친 외부 비상임 위원 5명이 교체돼 지난해 11월 28일 새롭게 출범, 이튿날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중앙대학교 법학교수와 초대 한국에너지법학회 회장을 맡는 등 에너지법학 전문가다. 그는 국내 에너지법 발전을 위해 ‘에너지법학’을 집필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특별법과 풍력발전특별법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에너지법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에너지법 선진화란 국민의 기본권과 에너지 사업자의 자유를 얼마나 향상시키느냐에 따라 갈린다.

전기위원회에 적응한 이 위원장은 전기요금 결정권에서 위원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이뤄야 송전망을 구축하는 등 에너지산업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릴지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며 전기위원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전기위원회 위상 커져야…에너지법 선진화 중요"

- 취임 100일 소감이 어떤지.

▲ 전기위원회에 오니 가장 많은 업무 분야가 발전사업 인·허가 건이다. 업무가 많은데도 전기위원회가 다른 정부의 자문위원회처럼 비상임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전기위원회에 들어오자마자 위원회의 위상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전기위원회는 전통 발전원인 화력과 원자력 발전소 위주로 생각해 구성됐다. 2001년 2월 24일 발족해 20년이 넘었는데도 바뀌지 않았다. 재생에너지와 같은 발전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다룬 전기위원회 안건 100건 중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발전사업 인·허가 건이 한 70건이다. 대부분 신재생에너지가 대상이다.

나머지 30건은 전력시장 운영 규칙 개정이다. 태양광이 늘면서 전력 운영에 필요한 규칙을 수시로 변경해야 한다.

- 법학자 출신인데 에너지 쪽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에너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 에너지 분야는 조 단위 사업이다. 법해석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해 창립한 에너지법학회에도 사람이 많다.

국내 에너지 관련 법률만 35개다. 35개 법률이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가 한다면 그렇지 않다. 국회에서 분산에너지특별법과 풍력발전특별법 등이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법률을 만드는 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강국이 되려면 에너지법 자체가 선진화돼야 한다.

선진화된 법이라 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향상시키고 에너지 사업자의 자유를 얼마나 신장시키느냐에 갈린다. 특정 사업자의 자유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얼마든지 사업을 할 수 있으면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게 좋은 법이다.

선진국의 에너지 관련법이 훨씬 발전돼 있다. 독일에서 공부했는데 그곳의 장점은 대학이 에너지법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점이었다. 연구소에 있는 도서관이 웬만한 학교 도서관보다 크다. 모든 에너지법 관련 정책 서적을 모아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법 관련해 교과서 하나 없다. 대학에서 강의와 시험과목도 없다.

이 분야에 한번 기여를 해보자 해서 에너지법학이라는 책도 썼다.

- 발전사업 인·허가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발전사업 인·허가를 너무 많이 해줬다.

문제는 발전사업 인·허가를 해줘도 사업 진행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만 하더라도 원자력 20개 규모인 20기가와트(GW)가 인·허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설치된 건 2GW도 안 된다.

사업 역량이 없는 사업자가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허가권으로 장사한다.

풍력 발전은 돈이 많이 드는데 자본금 100만∼1000만원짜리 회사에 1조원 규모의 발전사업 허가를 내줬다. 이들 기업이 어떻게 대규모 사업을 하겠는가.

이런 사업자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으면 제대로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허가를 못 받는다.

그러다 보니 발전사업허가를 미리 받은 사업자가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에게 사업허가권을 더 비싸게 팔려고 한다.

발전사업허가라는 게 정성적으로도 평가할 게 많다. 실제 사업을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위원회에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지난번 위원회에서는 사업자 쪽에서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발전사업허가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외부 지적이 나와 사업자는 이번 위원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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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위원회에 전기요금 결정권 줘야…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 필요"

- 발전사업 인·허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묘안이 있는가

▲ 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은 이미 상당히 투명하고 공정성을 담보했다. 새만금 풍력사업에서 나타난 문제는 공정성과 상관 없다. 역량이 없는 사업자에게 발전사업허가를 주다 보니 나타난 태생적 문제에 가깝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발전사업 허가를 해주는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또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전기위원회는 법률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국회서 만든 법률을 명확하게 한 고시를 토대로 집행한다.

기준을 선진화하는 건 위원회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 발전사업 인·허가에서 정부 개입은 없는지.

▲ 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 입김이 강한 분야는 시스템적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할 때다. 전기위원회를 조금 더 독립시켜서 전문성을 가지고 전기요금을 결정하게 해주길 바란다.

- 강원도 송전망 부족 문제 해결이 중요해졌는데.

▲ 참 어려운 문제다. 민간에서 발전소를 많이 지었는데 발전을 하려면 송전망과 연결돼야 한다. 하지만 송전망이 부족하다 보니 가동도 못 하고 수천억원 적자를 보는 문제가 생겼다.

한국전력공사도 송전망을 짓고 싶지만 주민수용성 문제가 있다. 기술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 권리를 무시하고서는 송전망 건설을 못 한다.

우리나라만큼 전기 품질이 좋은 나라가 없다. 그런데 전기는 싸다.

한편으론 송전망 주변 주민들의 희생으로 얻은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수도권은 전기가 부족해서 난리다. 핵심은 전기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다. 국가가 해줘야 할 역할이다.

- 기업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분산에너지특별법을 통해 강원도 강릉 같은 곳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전기를 인근 발전소에서 직접 사오도록 할 수 있다. 그러면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이 확 떨어진다.

또 동해안과 전남 쪽에 특별 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를 만들면 오지 않겠는가. 기지국도 설치해주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면 말이다.

앞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쓸 수 있는 전력 공급이 도저히 안 될 것이다. 전기차도 늘어나면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건 어떤가.

▲ 송전망으로만 따지면 지방의 전기요금이 싼 게 맞다. 하지만 배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한 배전망에 1000가구가 사용하지만 지방에선 10여가구만 사용한다. 배전망으로 따지면 강원도가 전기요금이 비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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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전기위원회 독립 연구용역 6월쯤 종료…전기요금 인상 골든타임은 2분기"

- 전기위원회가 정치에서 어떻게 독립될 수 있는지.

▲ 전기위원회 독립과 관련된 연구용역이 6월에 나올 듯하다. 전기위원회는 전기요금에 대해 독립성이 없다.

일반국민은 전기요금을 세금이라 생각한다. 기획재정부가 꽉 잡고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물가를 통화위원회에서 이자율 조정으로 통제한다. 개별 물가를 통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은 생산단가에 적절한 이윤을 붙여서 결정해야 한다고 법으로 돼 있다. 법률대로하면 지금의 전기요금을 인가해 주면 안 된다. 원가보다 싸니까 말이다.

전기요금 결정이 독립되지 않으면 단순 한전의 32조 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급효과가 크다.

전기요금이 싸니 송전망을 건설한 돈이 없다. 주민들에게 보상하거나 지하에 송전망을 설치하는 건 돈이 많이 든다.

전기요금은 쉬운 게 아니다. 항목별로 기본요금도 다르고 발전량 요금, 기후환경요금도 있다. 일반사람들은 전기요금이 올라도 어디가 올라갔는지 알기 어렵다.

전기요금을 용도별 요금이 아니라 전압별 요금제로 하는 게 전기요금의 독립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용도별로 해놓으니 농어촌 전기요금을 건드린다면 농어촌 정책을 건드리게 된다.

- 전기요금이 지난 1분기 kWh당 13.1원 올랐다. 한전은 작년 적자를 고려하면 올 한 해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 전기위원회는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릴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한전에서 얼마나 올릴지 제안하고 그 제안에 대해 산업부와 기재부가 회의하고 결정한 안을 전기위원회에 준다.

전기위원회는 그 요금이 적절한지 아닌지만 심사한다.

전기위원회는 힘이 없다.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릴지도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독립성이 생긴다.

사무국이 있는데 전기요금을 산정하려면 인원이 최소 50명은 있어야 한다.

전기위원회가 전문성을 내세워 전기요금을 정하면 되지 않겠는가. 매를 맞아도 정부보다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전기위원회가 맞는 게 낫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가는 지표 중에 중요한 것이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더 좋은 품질의 전기를 쓰면 거기에 대한 대가로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 국민 입장에선 한전의 적자 감축 자구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볼 수도 있는데.

▲ 전기위원회에 독립성을 주면 얼마든지 전문성을 가지고 어떤 비용이 많이 늘었으니 전기요금을 이 정도 올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전에서 전기를 산 비용이 얼마인지 딱 나온다. 거기에 운영비용을 추가해 전기요금을 정하는 것이다.

운영비용에서 방만 경영에 대한 요소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전기위원회가 운영비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나 싶다.

- 전기요금 인상이 어렵자 정부는 민간의 많은 비판에도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1년 운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도입했다. 일단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시행했고 이달에는 중단됐다. 내년에도 또 시행할 것 같나.

▲ 쉽지 않을 거다. 연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SMP상한제를 해도 (한전 적자 해소 등)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피해를 보는 사업자는 많다. 두 번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됐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체의 21.6%까지 늘려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는지.

▲ 그것을 하려고 풍력발전특별법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금수강산이다. 태양광은 많이 설치하기 어렵다. 발전시간도 하루에 3시간 정도다. 할 수 있는 건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 허가가 나오면 실제로 돌리는 데 8년 정도 걸린다. 좀 빠르게 하면 6년이다.

2030년 목표를 채우려면 풍력발전특별법안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현재 해외업체들이 해상풍력 사업에 많이 진출했다. 해외업체들이 해상풍력 사업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상풍력 사업에 왜 더 진출하지 않나 싶다.

대담=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이원희 기자, 사진=송기우 기자

■ 이종영 위원장 프로필

◇약력 △1956년 출생 △부산혜광고·중앙대 법학과, 중앙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2000년 중앙대 교수 △2008년 한국제품안전학회장 △2010년 한국환경법학회 회장 △2013년 유럽헌법학회 회장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2016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2021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22년 한국에너지법학회 회장 △2022년 전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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