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기주총서 얼라인 배당확대 등 표 대결
ISS 등 국내외 기관 "배당확대, 주주이익 저해"
美SVB 파산으로 손실흡수능력 확충 목소리↑
JB금융지주 "제안 수용시 기업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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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지주 본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JB금융지주가 이달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얼라인이 JB금융지주에 제출한 배당확대 등 주주제안에 대해 세계 의결권 자문기관 등 대부분의 기관들이 JB금융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것을 촉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얼라인의 요구사항이 주총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세계 의결권 자문기관마저...얼라인 주주제안 ‘반대’ 권고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얼라인이 JB금융에 제출한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에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의 보통주 현금배당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JB금융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715원(연간 배당성향 27%)을 의결했는데, 얼라인이 이보다 더 높은 액수를 제안한 것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회사 계획인 연 7~8%에서 연 4%로 수준으로 낮춰 배당을 늘리라는 게 얼라인 제안의 요지다.
이와 함께 얼라인은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안건의 주주제안도 추가로 제출했다. 김 대표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은행 한국 대표,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서울 대표를 지내며 글로벌 은행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로, JB금융 이사회에 추가적인 전문성 기여가 가능하다는 게 얼라인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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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JB금융지주에 요구한 주주제안 요약.(자료=JB금융지주) |
그러나 주요 기관들은 얼라인의 주장에 반대했다. ISS는 "지나친 배당 확대는 주주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이사는 이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JB금융의 배당성향은 27%로, 다른 금융지주 평균(25.9%)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재 시점에서 얼라인이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정당화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도 JB금융 이사회 안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배구조자문위는 "얼라인의 주주제안인 주당 900원도 주주환원 확대라는 측면에서 수긍된다"며 "그러나 배당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이사회 안건인 715원을 적정 배당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JB금융지주가 최근 4년간 3~4%포인트(p) 내외로 지속적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했고, 배당성향 27%, 자기자본이익률(ROE) 13.88% 등 은행 업종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만큼 급격하게 배당을 확대할 필요성은 적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자는 외국계 금융기관 경력이 풍부한 금융전문가라는 점은 인정한다"며 "다만 기존 이사회 구성을 볼 때 금융 관련 전문성을 추가할 필요성이 크지 않고, 이사회 다양성 강화 측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당국, ‘손실흡수능력 확보’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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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요구대로 RWA 성장률을 4%로 제한했을 때 ROA, ROE 추정치.(자료=JB금융지주) |
특히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SVB 사태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얼라인의 배당 확대 등 요구사항이 정기주총에서 수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라인이 촉구하는 배당 확대의 경우 대내외적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JB금융 측은 "얼라인이 요구한 과도한 배당, RWA 성장률 제한은 ROE 하락, 주당순이익(EPS) 및 주당순자산가치(BPS) 감소로 이어져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얼라인의 제안을 백테스팅에 적용한 결과 수익성 및 성장성 악화로 당사 실적 실제치 대비 BPS는 7.6% 하락, EPS는 24.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얼라인 측은 "이는 2022년 이전 기간에 대한 백테스트 결과이기 때문에 JB금융의 미래 자본배치, 주주환원책을 논의하는 얼라인의 제안을 반박하기에는 논리상으로 맞지 않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러나 손실흡수능력 확보, 규제비율 준수 등으로 인해 급진적으로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제안은 수용되기 어렵고, 주주들 입장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과도한 배당 확대는 오히려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JB금융지주는 이달 30일 정기주총에서 배당절차 개선, 사외이사 임기제한 규정 개정, 이사 선임의 건 등을 결의한다. JB금융지주 최대주주는 지분 14.61%를 보유한 삼양사 및 관계사다. OK저축은행(11.42%), 국민연금(7.79%) 등도 주요 주주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