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중교통 ‘노마스크’ 첫날…"아직은 조심스러워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0 15:17

버스·지하철 안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2년 5개월 만



노마스크 탑승객 드물어…대다수 시민들 "벗기 어색"



미세먼지 걱정에 주변 시선 눈치도…"더워지면 벗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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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서울 지하철 탑승객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미세먼지도 심하고 더워지기 전까진 계속 쓸 생각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탑승객 30대 이모씨)

#"버스 탈 때마다 마스크를 꺼내서 쓰는 게 불편했는데 이제 마스크를 벗고 탈 수 있어서 편하네요."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40대 정모씨)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20일 시민들은 ‘노마스크’를 반기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 9호선에는 마스크를 벗은 승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출근시간대를 지나 지하철 혼잡도가 낮아진 오전 10시 이후로는 20명 중 1명꼴로 마스크를 벗은 승객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대다수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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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서울 지하철 역사에는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이날부터 전국 버스·지하철·기차 등 대중교통과 대형시설 내 개방형 약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지난 2020년 10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 대다수는 마스크 착용…주변 시선 눈치 보여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아직 어색하다’, ‘미세먼지가 걱정된다’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하철을 비롯해 시내버스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승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대에서 서울역, 종로를 오가는 노선의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버스기사 A씨는 "오늘 아침부터 6시간 넘게 운행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벗은 승객은 2명뿐이었다"며 "다들 마스크를 쓰고 탑승하는 분위기라서 의무 해제 이전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는 주변 시선이 다소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의도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9호선에 탑승한 30대 이모씨는 "처음에 마스크를 벗고 탔는데 다른 승객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다시 착용했다"며 "아직은 마스크를 벗기에는 조금 눈치가 보여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오전 내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점도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하철 1호선 탑승객 김모씨는 "오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밖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며 "당분간은 답답하겠지만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버스 탈 때마다 답답했는데 환영"…반기는 반응도

다만 아직 마스크를 벗진 못해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반갑다는 이들이 많았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완화하면서 시민들의 자율에 맡겼다는 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역에서 만난 정모씨는 "마스크를 꼬박꼬박 착용하는 게 너무 답답했는데 벗고 싶은 사람은 벗어도 되니까 숨통이 트인다"며 "지금처럼 쓸 사람은 쓰고 벗을 사람은 벗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날 만난 대다수 승객들은 날씨가 더워지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벗겠다는 반응이었다. 아직까지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낮아 방한용품 대용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따뜻해지는 다음 달이 되면 대중교통 내에서도 노마스크 승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도 방역 상황 변화에 맞게 대중교통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승객들이 혼잡도를 파악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버스와 지하철의 실시간 차량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소독 기능 등 현재 구비돼 있는 방역 관련 시설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일상 정상화에 발맞춰 시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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