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특별법은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법…계통 부담 더 커질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0 21:50

- "호남 대규모 태양광 발전으로 원전 감발 운전...송전선로 더 늘려야 할 판"



- "신축 건물에 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판매 강제법"



- "SMR은 수용성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 열병합발전 분산편익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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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이 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치중해 송전망 설치 부담을 늘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자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재생에너지 때문에 여러 발전원들의 출력제어와 이로 인한 계통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탄소중립을 빌미로 또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한 법안을 만들었다"며 "송전망 건설을 회피하기 위해 분산형전원을 촉진하자는 법안 제출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9일 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가 출력을 낮춰 운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20일 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영광 한빛원전은 지난 19일 하루 일부 원전의 출력을 줄여 운전을 했다. 전력거래소 요청에 따라 한빛 1~3호기, 6호기 등 4개 원전의 발전 출력을 정상치(950~1000MWe)보다 10~25%(125~250MWe) 출력을 줄여 운전했다. 태양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추세로 인해 인근 지역 원전 출력 감발의 빈도가 늘어나는 구조다.

우리나라 태양광의 약 40%가 전남에 설치돼 있고 전남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전기는 수도권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접속 용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겠다는 분산에너지법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을 추진한 산업부 측도 발의 취지를 "현재 배전망에 접속하는 태양광발전이 많아지면서 전력망 안정을 위해 출력제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력제어를 보완하기 위한 발전원 확산을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안전성 측면에서 원전 등 대형 발전원의 잦은 출력 감발은 설비에 무리를 주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당초 원전 설계 당시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기 때문"이라며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인해 향후 원전 출력 감발이 빈번해져 원전 설비 안전뿐 아니라 국내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도 ‘배전망에 연계되는 소규모 분산형 신재생 발전설비의 급증에 따라 전력망 신규 투자 및 보강, 효율적 계통운영을 위한 사업자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기존 전력망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지고 전력망 이용 고객 간 비용회수 구조의 왜곡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명시돼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대규모 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 관련 사회적 갈등 비용 증가 및 수도권 송전망 과부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원이 아닌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소규모 발전원을 확산하자는 취지다. 분산에너지는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 없이 사용 지역 인근에 설치돼 생산·소비가 가능한 에너지를 뜻한다. 전기사업법에서는 40㎿ 이하의 모든 발전설비와 500㎿ 이하의 집단 에너지 전기·자가용 발전설비를 분산형 전원으로 정의한다. 특정 에너지원을 꼽는 대신 용량이나 전력 계통 부담 여부를 기준으로 분산에너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자가용 태양광 외에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단지들은 사실상 분산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없지만 법안에는 ‘모든 신재생에너지’가 포함된 점이다. 이로 인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의 난립으로 계통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법안이 가지는 문제점은 또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은 일정비율 이상을 분산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RPS 제도가 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할당, 강제하는 제도라면 분산에너지특별법은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소비를 강제하는 법"이라며 "법으로 ‘의무설치자’를 지정하고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게 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신축 건물주들에게는 또 하나의 규제가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서 정의하는 분산에너지에는 재생에너지 외에도 열병합 발전 등 집단에너지,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전(SMR) 등이 포함된다. 다만 SMR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금의 원전 수용성을 고려할 때 수요지 인근에 설치하고 여기서 발전한 전기를 배전망 접속만으로 소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울러 이 법안에 당초 쟁점사항이던 열병합발전 분산편익 보상도 빠졌다. 대신 ‘분산에너지 편익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한다’라는 문구만 반영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가 재생에너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이 필요한 발전원"이라며 "열병합발전소는 GS, SK 등 대기업들 외에 소규모 사업자도 많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산자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된 후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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