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들만의 세계관에 갇힌 개딸…극단적 팬덤정치는 민주당에 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1 10:43

윤수현 정치경제부 정치경제팀 기자

윤수현 증명사진
바야흐로 세계관 전성시대다. 요즘 인기를 끄는 K팝 아이돌이나 소설, 게임 콘텐츠 등에서는 빠짐 없이 세계관이 등장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세계관의 사전적 정의는 가공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상의 세계와 질서다. 그 질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긴밀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팬덤이 만들어진다.

세계관은 더 이상 K팝과 게임 등의 콘텐츠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도 ‘팬덤정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관은 자연히 정치 영역에도 스며들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세계관을 가진 것은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개혁의딸’(개딸)이다. 이 대표는 이들을 ‘개딸’로, ‘개딸’들은 이 대표를 ‘재명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자신만의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개딸을 필두로 한 팬덤정치는 민주주의 진전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딸들의 세계관에서는 선과 악이 언제나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절대 선’인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은 모두가 ‘절대 악’이다. 그들만의 세계관에 갇힌 개딸들은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개딸들은 최근 국회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무더기 이탈표 사태를 빚은 이후 이탈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며 ‘살생부 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온 의원들에게는 ‘문자 폭탄’에 전화를 돌리며 거친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는 가결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인 수박"이라고 지칭하며 수박 깨기 집회, 수박을 주먹으로 깨고 수박 모양 풍선을 터트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개딸들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개딸들의 과격한 표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등판한 개딸들은 이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의원에게 비속어가 담긴 문자를 마구잡이로 보내며 조리돌림했다.

개딸들의 광폭 행보는 단순한 열성 지지자 모임을 넘어서 당 내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이 대표 앞 걸림돌은 모두 치우겠다는 개딸들의 발상은 정상궤도를 벗어나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팬덤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의원들의 ‘소신 정치’를 제약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 필요한 건 자신의 지지자와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성숙한 팬덤정치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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