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주 4일제, 라마단 32.5시간제도 있는데 한국은...외신도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3 22:22
발언하는 이정식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는 모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세계 각국에서 노동자들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한국 근로 시간 연장 논의가 외신들 조명을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NBC 방송은 2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NBC는 한국에서는 초과근무가 일상화됐고, 일을 끝내도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기 힘든 데다 퇴근 후엔 회식까지 참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NBC는 그러면서 최근 직장인을 위한 ‘낮잠카페’가 한국에서 성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서술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자살률이 10만명당 26명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고,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작년 기준 0.78명으로 세계 최저인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중독이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NBC는 또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의 일중독 문화’가 있는 한국의 경우 과도한 노동과 관련한 우려가 유달리 심각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CNN 방송도 지난 20일 한국 노동시간 조정 문제를 다루며 한국에서 ‘과로사’로 매년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근로시간 상한 확대에 반대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근로자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네 번째다. 이에 비해 미국은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이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최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나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 등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조용한 사직은 미국에선 맡은 일만 최소한으로 소화하는 직장인을, 대퇴사는 자발적 퇴직이 급증하는 추세를 의미한다.

NBC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더 짧은 근무시간이나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많은 노동자가 임금을 벌기 위한 노동에 지배되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재고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노동 시간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남미대륙에서는 칠레가 근로 시간을 주당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 시행을 눈앞에 뒀다. 법안이 시행되면 하루 최대 10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규정에 따라 ‘4일 근무·3일 휴무’가 가능해진다. 현지에서는 ‘4×3’이라고 표기한다.

고용주와의 합의를 전제로 1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또는 보호자의 출·퇴근 시간 조정과 초과 근무 보상 가능성도 열었다.

가사도우미와 객실 승무원 등 그간 법으로 노동 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웠던 직종의 정규직화 길 역시 열렸다. 개인주택 경비 근로자와 선원은 주당 40시간 근무제를 보장받는다.

초과근무 수당 개편, 최대 닷새간 시간 외 근무 휴일 인정, 호텔 근무자 주당 60시간 근무제 폐지도 담았다.

다니엘 누녜즈 칠레 상원의원은 이에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근무 시간 단축은 우리나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동남 아시아권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될 때 공무원들 근무 시간도 대폭 줄어든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행정개혁부는 이날부터 라마단이 끝나는 4월 21일까지는 기존 주 40시간 근무에서 주 32.5시간 근무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 6일을 근무하는 공무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하고, 주5일 근무하는 경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또 근무 중간에 매일 30분, 금요일은 1시간 동안 기도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소방서나 경찰서, 병원 등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교대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 낮에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오세아니아 대륙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구호단체인 ‘옥스팜 오스트레일리아’(옥스팜)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5일제 급여를 유지한 채 주4일제를 6개월간 공식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6개월간 옥스팜에서 주5일·35시간 일하는 정규직원은 보수 삭감 없이 주4일·30시간 근무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ASU 빅토리아 지부의 이모젠 스터니 대표는 "고용주가 생산성은 다양한 형태로 확보할 수 있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정신·신체 건강에 필수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현대 노동 현장에는 돌봄 책임이 있는 노동자가 늘어난 만큼 경직된 월~금 주5일제는 과거의 유물"이라고 평했다.

최근 호주에서는 워라밸을 위해 현행 주5일제를 주4일제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3일에는 호주 연방상원 ‘노동·돌봄 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주5일제의 급여와 생산성 수준을 100% 유지한 상태에서 노동시간을 20% 줄인 주4일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4월 말부터 호주 기업 29군데를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4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앤드루 바네스 ‘포데이위크’ 대표는 "영국·미국·캐나다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80% 근무로도 100% 성과를 낼 수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아 꾸준히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작년 3300명이 6개월간 주4일제 시범 운영에 참여한 결과 이직과 병가는 줄어든 반면,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아 대부분 회사가 이를 계속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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