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기후변화 대응,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6 07:43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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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최근 들어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기후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 달러로 2년 전인 2020년의 70억 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도 2021년 37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01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후기술은 클린에너지, 탄소배출 감축, 자원순환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전쟁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후 기술 투자가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강한 시그널이다.

벤처캐피털 업계가 ‘기후기술은 경기침체에도 회복력이 크고 전망도 밝은 소수의 산업 분야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투자 기업 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 5월 국제 로펌인 White & Case가 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 584명을 대상으로 향후 18개월 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물었더니 42%가 ‘탈탄소·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기후기술에 대한 단기 투자 전망도 밝다.

기후기술 분야의 높은 성장성과 밝은 투자전망은 이 분야글로벌 싱크탱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 뒷받침한다.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50%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술이라는 분석이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제거 등의 기후 기술 중에서 절반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으므로, 시장 선점 기회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작년 9월 산업 탈탄소를 기술개발과 연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기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생산단가가 kg당 5달러인 녹색수소의 경우 3달러를 IRA를 통해 지원받음으로서 실제로 2달러에 생산하는 셈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 생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97%를 공급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통제력을 갖춰 가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에너지,화학 등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후 기술 특허의 가치 상승으로 일본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40%이상 오를 것을 탄소중립 선언 시점부터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적 근거 및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을 제정했고 올해 1월에는 향후 10년간 관련 부처의 R&D 정책 및 사업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부존 에너지가 없으면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장한 아이러니 속에서, 그 성공의 결과물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시설을 빠르게 탄소중립화 해야 하는 목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에게 대놓고 탄소중립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탄소 감축을 강제하는 정책시그널 보다는) 투자자나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탄소중립 이행 요구를 먼저 마주한다. 감축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을 부결시키는 주주가 등장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납품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행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후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단기 규제 시그널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자의 통일되지 않은 요구에 무작정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의 설명력을 갖고 있는 특허 데이터(현재 기후기술 특허 210만건)를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보완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유망분야 선정, 핵심기술 파악, 접목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Targeting, 기술 valuation 등에 활용하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과 및 투자의사 결정시 불확실성을 덜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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