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시진핑의 3연임과 한국의 대중 전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6 07:33
[이슈&인사이트] 시진핑의 3연임과 한국의 대중 전략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지난 4일부터 13까지 개최된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진핑, 미국, 그리고 경제다. 시진핑 주석은 회의에 참석한 전인대 대표 2952명 전원으로부터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 국가주석과 국가군사위주석에 선출돼 3연임을 확정했다. 자오러지 상무위원과 왕후닝 상무위원도 예상대로 각각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정협 주석이 됐다. 시진핑 주석의 복심인 리창이 국무원 총리로 선출되고, 중앙판공실 주임으로 지근거리에서 시 주석을 보좌해 온 딩쉐샹이 상무 부총리로, 시 주석의 핵심 경제브레인 허리펑이 부총리로 국무원 수뇌부에 진입하며 시진핑의 정부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 그리고 중국의 이른바 ‘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인 친강 외교부장이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하고 미국 제재 리스트에 올라간 리상푸는 국방부장으로 기용됐다.

미국의 고강도 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당 직속 기구의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먼저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신설됐다. 반도체 수출 금지 등 미국의 압박에 대항하고 기술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직접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중앙금융위원회’를 당내에 부활시키고 중앙금융위원회에 조응할 집행기관으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당이 금융 권력마저 거머쥐는 그림으로, 시진핑 주석이 총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시’가 가능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총리의 역할은 더 축소되는 셈이다.

양회는 경제성장률(GDP) 목표를 5% 내외로 잡았다. 이는 코로나 19 봉쇄 충격으로 인한 데미지와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 그리고 정부부채 관련 우려 등을 반영한 보수적인 목표 수준으로 평가된다. 저장성, 장쑤성, 상하이시에서 외국인 투자와 민영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업적을 쌓아온 리창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개혁개방을 흔들림 없이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창 총리는 개혁개방 지속 방침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경제 즉, 공동부유와 빅테크 기업 규제 등으로 인한 민영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3연임 축하 축전을 보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교류와 협력을 한층 더 심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직면할 도전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와 장기화로 인해 중국사회가 경성화되고 있어 한중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은 상당 기간 동안 시진핑 중심으로 돌아갈 것임을 감안해 시진핑 개인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대중국 대응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시진핑 주석이 정협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만큼 미중간 경쟁과 충돌 양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미중 양국의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경제안보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와 함께 한국의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한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되어 왔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리창 총리는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 전망을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가니 앞날을 기대할 만하다’는 뜻의 ‘장풍파랑 미래가기(長風破浪, 未來可期)’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 내외로 정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6%로 상향 조정해 중국경제가 둔화 국면에서 성장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무역역조 해소를 위해서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시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판매자(seller)로서 중국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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