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산은 부산 이전·은행 과점 깨기의 비슷한 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6 09:27

송두리 금융증권부 기자

-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두고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역 균형 발전을 근거로 내세운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한 후 산은의 부산 이전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산은 직원들의 반발 속에 대치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산은 직원, 노동조합이 가장 비판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 붙이기식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산은 노조도 "윤석열 정부가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무시한 채 어떠한 논의도 없이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산 이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지역균형 발전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또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에서 부산의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토론과 설득 과정 없이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은행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과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과점체제를 문제 삼고 정부가 추진하는 챌린저 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은행업 추가 인가 등이 그것이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이를 지적하며 은행권의 독과점을 문제 삼자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챌린저 뱅크, 시중·지방·인터넷은행의 신규 설립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이 세부 내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갑작스레 진행된 만큼 은행권 과점을 해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내놓는다. 당장 국내에서 인터넷은행과 같은 소규모 은행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플레이어 진출이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특화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산업의 큰 변화로 이어진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이어진다면 반발만 더 커질 뿐이다. 금융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면 정책을 개선하고 재검토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금융권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기대감 속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dsk@ekn.kr
송두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