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노린 중소형證, IPO 시장서 존재감 ‘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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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중소형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올 들어 조(兆) 단위의 ‘대어’가 상장을 연기·철회하면서 중소형 딜을 따 낸 순으로 상장 주관 성적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 기업은 14곳(스팩 제외)이다. 이들 모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LB인베스트먼트·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은 각각 29일·30일 상장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달까지 3개 기업의 상장을 대표 주관했다. 인수 금액도 926억1700만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가장 많은 청약 증거금(5조4547억원)을 기록한 나노팀과 제이오, 오브젠의 상장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도 한국투자증권과 동일하게 3건의 IPO를 주관했다. 역대 벤처캐피털 IPO 중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LB인베스트먼트와 한주라이트메탈, 스튜디오미르의 대표 주관사로 활약했다. 다만, 인수 금액은 약 521억원 수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의 기록에 한참 뒤처지는 중이다.

지난해 연간 IPO 주관 기업 1건에 그쳤던 키움증권의 활약도 눈에 띈다. 키움증권은 2월에만 꿈비와 샌즈랩의 상장해 현재 3위에 올라 있다. 2건의 총 인수 금액은 488억5000만원이다.

반면, KB증권은 올해 한 건도 IPO를 진행하지 못했다. KB증권은 지난해 ‘초 대어급’ 상장으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의 주관사로 ‘IPO 1위’에 오른 증권사다. KB증권은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도 없어 상반기 까지는 공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IPO 시장 상위권을 차지해 왔던 NH투자증권도 NH스팩28호를 제외하면, 현재까지는 0건이다. 신약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대할만한 IPO였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공모금액이 320억~420억원에서 260억원으로 줄었다. NH투자증권은 컬리와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오아시스의 대표 주관사를 맡았지만 연이은 상장 철회로 실적을 쌓지 못한 상태다.

대형 증권사들의 공백을 ‘중소형 증권사’들이 채우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첫 상장사인 티이엠씨의 대표 주관을 맡아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단독 주관사 복귀에 성공했다. 1건에 대한 인수 금액만 504억원이다.

IBK투자증권은 이노진의 이전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노진은 기관 경쟁률과 일반 청약 경쟁률을 각각 1603대 1, 1643대 1을 기록,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신영증권은 이달 7일 상장한 자람테크놀로지의 상장 주관을 맡았다.

IPO 상장을 계획 중인 중소형 증권사들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021년 이후 약 2년 만에 가구 마감재 제조업체인 진영의 상장 주관을 맡았다. 진영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4월부터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보증권도 약 3년여 만에 토마토시스템으로 상장 주관에 나선다.

이처럼 중소형증권사들의 약진한 이유는 지난 2020년 국내 IPO 시장이 호황을 맞자, 당시 대형 증권사들이 ‘빅딜’에 몰두한 영향이 크다. 당시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소규모의 IPO 딜을 중심으로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IPO가 긍정적인 성적을 거둔 만큼 업황 둔화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대형사들의 IPO가 진행될 여지가 있는 만큼 ‘순위’ 역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1위 로봇 기업으로 조 단위 몸값에 도전하는 두산로보틱스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 주관을 한다.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기업 파두는 NH투자증권이 대표로 맡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까지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관하는 종목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실적 부담은 덜 것"이라면서 "하반기부터는 대형 기업들이 속속 상장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두권은 대형증권사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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