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적선사 매물 해외 관심에… 업계 "에너지 안보 등 부작용 우려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8 14:52

SK해운·현대LNG해운·폴라리스쉬핑 등 매각 절차 돌입



해외 선사 매각 시, 안정적 운송·에너지 안보 측면 우려

LNG운반선

▲최근 현대LNG해운 등 국내 국적선사가 매물로 나오면서 해외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국내 조선사가 건조한 LNG운반선.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에 원항을 두고 있는 국적선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며 해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인수 주체가 해외 선사들로 좁혀지면서, 업계는 향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유조선(탱커)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의 유조선 부문은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대형 정유사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1위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전문 선사인 ‘현대LNG해운’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의 LNG 수입 물량 중 가장 많은 부문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 스페인 에너지 기업 랩솔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는 LNG운반선 16척·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6척, LNG벙커링선 1척 등 총 23척의 선대를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초대형 광탄석 운반선(VLOC)부문 국내 1위 ‘폴라리스쉬핑’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총 48척의 벌크선 선대를 보유한 폴라리스쉬핑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업체 발레(VALE),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등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높은 매각가에 이들을 인수할 국내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SK해운의 유조선 부문의 매각 희망가는 약 2조원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오히려 미국·유럽 등 해외 선사들이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매물로 나온 선사들이 국내 전략 물자의 대형 화주들과 최소 15년에서 25년까지 장기계약을 체결한 점이 큰 메리트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적선사들이 해외로 넘어가게 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리라 진단한다. 먼저 국가비상상황에 안정적인 운송을 담보할 수 없어진다. 실제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해외선사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일본에 정박하지 않았다. 이때 일본 국선선사들이 화물을 실어 나르면서 그나마 피해를 축소시켰다. 우리나라도 비상상황을 대비해 동원할 수 있는 국가필수선박(88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매각 대상 선박들이 국가필수선박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시장은 운임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때 해외선사가 비교적 운임이 저렴한 국내 화주와의 장기계약을 깨고 1-2년간 스팟 영업의 비중을 높이며 새로운 계약을 물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SK에너지·한국가스공사 등 화주들은 계약 운임을 올릴 수 밖에 없고 가스·전기료의 상승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적선사가 해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해양수산부가 국적선사의 해외매각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신경쓰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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