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우려 고점 지났을 수도"...신한지주 등 은행주 ‘꿈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8 16:00

국내 은행주 일제히 강세...카뱅 3% ↑

퍼스트시티즌스, 실리콘밸리은행 인수



당국, BTFP 담보자산 확대 검토 긍정적

위기설 즉각 대응..."과도한 우려 자제해야"

은행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시티즌스)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28일 금융지주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5대 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시티즌스)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당국이 BTFP(은행기간자금프로그램)를 실행한 가운데 담보 자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금융지주사 투자심리에 긍정적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금융사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국내 금융사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크고 작은 루머에도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규제비율을 적용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韓금융사, 위기설 진화 안간힘...美은행 불안 완화에 주가↑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은행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신한지주는 전일 대비 3.16% 오른 3만5950원에 마감했고, 카카오뱅크(2.92%), KB금융(2.57%), 우리금융지주(1.82%), 하나금융지주(1.62%) 등도 오름세였다. 미국 당국이 BTFP로 알려진 은행 대출 프로그램의 담보 자산 확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BTFP는 적격 금융 기관에 1년 동안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직후 위기가 다른 은행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이 제공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퍼스트시티즌스가 SVB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금융권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리는데 긍정적이었다. 퍼스트시티즌스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SVB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지 17일 만이다.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에서 퍼스트시티즌스 주가는 53.7% 급등한 89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BTFP 프로그램의 담보 자산을 확대할 경우 은행들의 유동성 압박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기에 대응한 점도 위기설을 진화하는데 힘이 됐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2018년 4월 발행해 오는 4월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1350억원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의 콜(조기상환)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콜옵션 행사를 미리 발표한 것은 금융사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보여진다.

신한금융 측은 "안정적인 자본비율,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를 통해 그간 콜옵션을 모두 행사해왔고, 앞으로도 일관되게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 역시 최근 뱅크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홍민택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없는 해프닝"이라고 일축하면서 사태는 비교적 빠르게 수습되는 분위기다.


◇ "점차 시장 안정...과도한 우려 자제해야"


BNK

▲(자료=BNK투자증권)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글로벌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국내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우려하고 동요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 아래 각종 지표나 유동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점차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되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의 경우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엄격한 유동성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자산의 많은 부분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어 SVB와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SVB의 경우 2019년부터 작년까지 대규모로 유입된 예금의 79%를 10년 초과 유가증권 중심으로 운용했는데, 이는 결국 금리상승기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유동성 규제와 대출, 유가증권 비중을 고려하면 해외은행 리스크 확대에 대한 전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높은 대출 비중과 금리 상승시 대출금리가 먼저 뛰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고,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임재균 연구원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등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지만, 은행 시스템 위기가 점차 안정화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해외 은행권 불안의 원인이 ‘신뢰도 저하’에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VB, 크레디트스위스(CS), 도이치뱅크의 공통점은 실제 금융사가 파산했다고 확신이 들기 전부터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신이 커지면서 뱅크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라며 "건전성이 양호한 금융사들까지 유동성을 우려하며 괜한 루머를 양산하는 것은 금융권 전반에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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