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31일 당정협의 자료 단독 입수한전…"내년 채권발행 한도 유지에 필요한 인상 폭"
"전기요금 최소 폭 인상 못하면 작년 채권한도 2배서 5배로 늘린 한전법 1년 만에 또 개정해야 할 판"
![]() |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회사채 발행 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올해 킬로와트시(kWh)당 최소 29.4원 추가로 올려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이 31일 단독 입수한 당정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전력구입비 마련을 위해 회사채를 현행 법의 한도 내에서만 발행하려면 올해 안에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당정은 이날 협의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에 공감하고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폭을 검토했으나 전문가 좌담회 등 의견수렴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인상 시기 및 폭 결정을 잠정 보류했다.
당정이 이날 검토한 전기요금 올해 추가 인상 시기 및 폭의 복수안은 2∼4분기에 분기별로 킬로와트시(KWh)당 각각 13.3원 또는 9.8원을 올려 3개 분기 동안 총 39.9원이나 29.4원을 인상하는 것이었다.
당정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복수안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준으로 마련됐다. 국회는 전기요금이 연료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적자 누적에 허덕이던 한전이 영업수익 만으로는 전력구입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말 한전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전년도 말 적립금과 자본금 합계액의 2배에서 5배(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 땐 6배)로 늘렸다.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최소 29.4원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경우 1년 만인 올해 말 다시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당정회의 자료를 통해 내년 현행법에 규정된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올해 최소 8조 3000억원(회사채 발행 한도 6배 기준)에서 11조3000억원(5배 기준)의 추가 수익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남은 3분기 동안 kWh당 총 29.4원(6배 기준) 혹은 39.9원(5배 기준)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분기별 추가 인상 폭으로 따지면 kWh당 9.8원 혹은 13.3원이 선택지다. 한전은 지난해 말 이미 올해 KWh당 총 51.6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으나 1분기 KWh당 13.1원 올리는데 그쳤다.
이날 당정협의 자료대로 올해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4인가구 월평균 사용량(307kWh) 기준 가구당 월 전기요금 부담은 kWh당 29.4원 올릴 때 9025원, 39.9원 땐 1만 2250원 더 늘어나게 된다.
이마저도 이미 지난해 32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올해 채권발행 한도까지 꽉 채운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상이라는 게 한전측의 설명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요구액 만큼 올린다고 해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전의 요구액은 채권 발행 한도 상향 없이 전력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현재 kWh당 120원대인 주택용 전기요금을 40%나 더 올려도 올해 발생한 30조원대 적자 해소는 물론 회사채나 대출 원리금 상환에도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미 역대급 적자를 기록해 채권 발행으로 버티고 있는 한전이 요금 인상마저 막혀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의 현실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채권 시장을 한전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발전사회사들도 한전으로부터 전력판매 대금을 받아야 연료를 사 오기 때문에 대금을 받으려면 한전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둘 다 안되면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정말 상황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