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 |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COVID-19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학기여서 학교도 오랜만에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정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강의실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번에 입학한 2023학번은 대부분 2004년생이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을 모른다. IMF 외환위기도 모른다. 당연히 1· 2차 석유위기는 물론 IMF로 인해 촉발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논쟁도 모르고 1997년 석유가격 자율화나 2000년대 초반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변경에 대한 기억도 없다.
이들은 또한 고교 3년을 COVID-19와 함께 보냈으니 고등학교의 경험이 이전 선배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은 비슷한데 대학의 수업에서 하는 질문이 상당히 특이하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개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질문이 나왔다. 바로 전기세와 가스요금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도 난방비 폭탄이니, 한전이 30조 적자이니 등등의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와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제품들에 대한 다양한 가격과 요금제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기세’가 아니고 ‘전기요금’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들은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이다.
먼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세금인데 왜 ‘휘발유세’라고 안하고 ‘휘발유가격’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반면 전력요금은 세금보다 보조금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언론에서 전기세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으로 가스요금이 많이 올랐고 전기 생산원가도 올라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격·요금을 올렸는데 왜 우리나라는 왜 바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로 만든 후에 미래 세대, 즉 자기들에게 이를 갚도록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고…. 일단 대강 얼버무리고는 다음 주 수업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수업을 끝내고 다음 주에 설명해 줄 내용을 생각해 보니 막막하다. 신입생이 이해하기 쉽게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기와 가스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택시요금이나 버스요금과 같이 ‘요금’이라고 하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기에 ‘가격’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하는 설명인데, 석유제품 가격에 세금이 절반이고 이들은 정부가 결정하는데 왜 휘발유세 라고 부르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글쎄 어떻게 대답 해야 할 지 막막하다.
너희들이 앞으로 많이 소비하게 될 술과 담배에 더하여 석유제품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세금을 부과하는 3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세금 당국의 답변이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상당히 부끄러운 답변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렇게 석유제품 사용자에게서 걷은 세금이 에너지 전환이나 새로운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것 보다 도로 건설이나 교육 재정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 부처 간 세금 나누어먹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가스 요금을 당장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물가를 이야기 하는 것도 난감하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에너지 제품 가격을 몇 배씩 올렸으니 말이다. 또한 물가 때문에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정책은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히 미래 세대가 그 빚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따갑다. 정부가 이번 봄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니 대답이 더더욱 궁해진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걱정이다. 다음 주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을 해 줄 것이 마땅치 않다. 정말로 걱정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