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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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내습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데도 건강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환기도 주저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치매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 이처럼 대기 오염 물질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특히 생활환경 대기질에서 초미세먼지 (PM 2.5)가 보건에 미치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블랙카본, 다양한 유기질물질, 황산화물 (SO42), 암모니아화합물 (NH4+)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돼 있는데 입자의 크기는 몇 nm에서 2.5㎛ 정도로 미세하고 성분도 다양하다.
일부 해외연구진은 이런 초미세먼지 성분 중 블랙카본의 알츠하이머와 치매 연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블랙카본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미 연소 검댕이로 초기에는 입자 크기가 작게는 0.1 ㎛ 정도의 초미립자 (Ultra Fine Particles) 형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뭉쳐져 초미세먼지가 된다. 여러분석과 모델에 따르면 블랙카본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데 이는 도심 교통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부분과 미흡한 대기 순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염증은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는 구체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기억과 학습 능력 등 여러 뇌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뇌피질의 변화는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뇌 질환과 연관이 깊다. 연구진은 따르면 이런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 인천, 원주, 평창에서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대뇌피질 두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m³씩, 이산화질소가 10ppb씩 높아질 때마다 대뇌피질 두께가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이번 연구 분석에 더해 지역적인 특징이 있는 만큼 가능하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나왔으면 한다.
독일 LMU대학 교수가 환경보건과 관련한 기고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질에 연평균 1㎍/m³정도의 블랙카본이 증가하면 치매의 위험도는 12~25% 정도, 알츠하이머는 23~39%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황산화물은 SO42기준으로 1㎍/m³이 증가할 때 치매 위험도는 5.9~6.2%, 알츠하이머는 7.4~8.4% 정도가 늘어난다. 이 보고서는 주로 초미립자 (UFP)가 보건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초미립자는 세포에 직접 들어가 뇌까지 도달을 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 PM 2.5 중에서 비교적 입도가 큰 입자는 호흡기와 소화기를 거쳐 일부 성분이 피를 통해 뇌에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과학은 이처럼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진 통계적인 사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편감이나 불안감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는 초미립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2차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PM 2.5는 일정부분 마스크로 대응이 가능하다.
일상 속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해 유입된 오염 물질들의 재비산을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기도의 오염물질이 폐로 전달되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 같은 초미세먼지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적은 지역에서 건강 관리 활동을 하는 게 좋다. 더 근본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정책적으로는 친 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