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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로고(사진=로이터/연합) |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들은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인 감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로써 OPEC+ 산유국들이 총 감산에 나서는 규모는 하루 366만 배럴로 이는 글로벌 수요의 3.7% 가량 차지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OPEC+는 지난해 10월 산유량을 단계적으로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우디가 내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어치 줄이는 등 이번 감산을 주도한다. 아랍에미리트(UAE·12만 8000배럴), 이라크(21만 1000배럴), 쿠웨이트(12만 8000배럴), 오만(4만 배럴), 알제리아(4만 8000배럴), 카자흐스탄(7만 8000배럴) 등도 감산에 동참한다.
서방의 제재에 맞서기 위해 6월까지 50만 배럴 감산을 예고한 러시아는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7월부터 글로벌 원유시장에선 하루 16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감산 발표는 오는 3일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지난 2월 OPEC+ 감시위원회는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라고 산유국들에 권고했다.
OPEC+의 이런 조치는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현상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원유 시장의 안정을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티미프레 실바 나이지리아 석유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OPEC+는 배럴당 90달러 정도의 가격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WTI 가격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75.67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지난 1분기에만 5.72% 가량 떨어졌다. SVB발 금융권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중순엔 WTI가 1년 4개월여 만에 배럴당 7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OPEC+이 자발적 추가 감산 소식을 발표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최대 8% 폭등해 배럴당 81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이와 관련해 헤지펀드 블랙골드의 게리 로스 석유 컨설턴트는 "OPEC+이 고유가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은 선제적으로 추세를 앞서 나가려고 하는 것은 물론 거시경제적 심리에서 유가를 분리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감산 발표 후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배럴당 95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프리 커리 애널리스트는 "OPEC+가 과거에 비해 상당한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감산은 선제적으로 행동하라는 OPEC+의 윈칙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러시아 등과 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부 장관은 "에너지 시장에서 사우디는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동맹들과 함께 OPEC+ 합의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OPEC+의 추가 감산이 미국과 사우디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OPEC+의 감산 조치를 두고 "우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감산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증산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 압력을 안정시키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을 고심에 빠뜨릴 수 있다.
이와 관련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전략 총괄은 "이번 결정은 사우디가 자국 이익을 초점을 두면서 산유량 정책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