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K-바이오 투자' 불씨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05 17:22

이달 중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1호 美승인 전망



장질환·치매·당뇨·비만치료 등 개발 무궁무진 '선점 경쟁'



셀트리온·CJ바사·콜마 대기업, 스타트업 공조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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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한 ‘마이크로바이오 산업 세미나’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신한WAY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해외에서 ‘제2의 게놈’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의약품 출현이 예고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선점을 위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세레스 테라퓨틱스와 네슬레 헬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바이크로바이옴 기반 장염 치료제 ‘SER109’가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치료제가 승인되면 세계 최초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된다. 앞서 FDA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페링 파마슈티컬스의 ‘레비요타’를 승인했으나, 장염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레비요타는 직장을 통해 투여하기 때문에 투여 거부감이 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마이크로브)과 생태계(바이옴)의 합성어로, 인체 안팎에 서식·공생하는 100조개 가량의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인체 전체 세포 수(약 60조개)보다 많고, 유익·유해성에 따라 인간의 질병·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제2의 인간 게놈(유전체)’이라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내에 많아 주로 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돼 왔으나, 알츠하이머, 뇌질환, 당뇨, 비만, 면역질환 등 치료제 개발 영역이 넓어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제약·바이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활발한 분야라는 점에서 바이오산업에 국내외 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바이오의 새 봄을 여는 리더가 되기를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작업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과 적극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회사 리스큐어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먹는 파킨슨병(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해에는 국내 스타트업인 고바이오랩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메디톡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계열사 리비옴은 올해 초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플랫폼 ‘eLBP’의 핵심기술에 대해 일본 특허를 취득, 현재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LIV00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도 장과 두피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고, 유전체 분석기업 마크로젠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건강정보 분석장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 미국 FDA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치료제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CJ제일제당의 제약헬스케어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영국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9건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세계 1위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로 올라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14억653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투자는 총 2조4500억원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는 글로벌 고금리 등 지난해 국내외 바이오 투자가 모두 크게 위축됐음에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투자는 지속된 만큼 마이크로바이옴이 바이오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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