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LNG발전 전환, 수소혼소발전 등 어느 것 하나 쉽잖아"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연합뉴스 |
2050년까지 주력 석탄화력발전 퇴출을 앞둔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 전환 및 수소혼소발전 등 신사업 추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위해 추진된 탈(脫)석탄이 글로벌 에너지안보 속 고비를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무사항이 아닌 NDC를 지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발전소를 퇴출할 경우 상시적 난방비 폭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17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를 보면 각국의 NDC 목표를 다 달성해도 기후변화는 온다고 나와있다. 달성이 가장 어려운 국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직접 발전소의 문을 닫고, 해외 사업도 못하게 하는 자해적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마구 신규 원전과 석탄발전을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어 "우리는 NDC 때문에 발전소 건설이 막히고, 가스 장기계약을 못하고, 임시로 비싼 발전소를 짓고 비싼 연료를 사오는 일을 거듭했다. 그 결과가 난방비 폭탄이었다"며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끊임 없이 냉방, 난방비 파동을 겪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에너지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더 고통 받을 것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얘기해도 업계는 나름의 계획대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한다고 해서 법제화하고 우르르 밀고나가는 나라는 없다. NDC를 지킨다고 국가의 전반적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는 건 안된다.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 LNG전환, 수소혼소 모두 쉽지 않아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신설, 노후원전 10기 수명연장 등으로 원전 설비를 12기가와트(GW) 가량 대폭 확대키로 했다. 전임 정부에서 법제화한 NDC와 탄소중립 목표 때문이다.
이로 인해 LNG는 물론 석탄화력발전의 비중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노후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화하려던 발전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곳 가운데 30곳이 폐쇄되고, 이 가운데 24곳이 LNG 발전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전환을 한다고 해도 탄소중립 드라이브로 LNG발전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해 연료의 수급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 계획이 유지될 경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발전설비도 확충할 방법은 LNG복합발전소로 전환한 후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이 유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국내 수소생산이 사실상 대부분 LNG 개질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여전히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혼소 발전 실증도 2027년에야 완료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발전공기업들에게 신규 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연료전지는 기존에도 높은 비용과 탄소배출, 주민반대 문제가 상존하고 있으며 도입을 앞둔 청정수소공급의무화(CHPS)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정부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시 발전공기업이 운영중인 발전소에 우선적으로 출력제어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NDC 지킨다고 발전소 닫으면 상시적 난방비 폭탄, 전기요금 인상"
해당 계획들을 실현한다고 해도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산업부가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정규직 2625명 중 1221명(46.5%), 비정규직 5310명 중 3690명(69.4%)이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체 LNG발전소 신규건설도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먼 거리에 짓거나 아직 대체부지조차 확정되지 않아 안정적 고용전환 계획이 불투명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석탄을 운송하는 해운업의 고용감소와 석탄 하역에 투입되는 노동량의 감소 등 전후방 고용까지 따지면 고용위기의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응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이행 수단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기존 주력사업이 유지되어야 재생에너지나 신산업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길텐데 탈석탄 정책만 일관하고 전력산업 혁신정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은 결국은 정부의 입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발 맞춘 공기업들에 자본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요금을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탄소중립은 터무니 없는 허구다. 공기업에 괜히 쓸데 없는 부담만 가중시켜 요금 인상 요인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