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 17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주최 토론회서 제안
"北, 10년내 200개 이상 핵무기 보유 전망…미국 마냥 믿고 있을 수 없어"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미원자력협정 개정해 우라늄 농축 가능토록 해야"
▲17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의 자체 핵보유, 필요한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나오지 않고 핵위협을 계속할 경우 우리나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겠다는 강수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실장은 17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대구동구갑)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자체 핵보유, 필요한가?’ 토론회에 참석, 이같이 주장했다.
정 실장은 "당장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한미동맹은 지속돼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의지는 안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확산에 부정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열린 입장이었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일단은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핵무장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핵무장 잠재력이라도 갖춰야 한다"며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빈번해지면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보다 핵무장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핵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 임진왜란, 한일합병, 6·25를 겪고도 설마 북이 핵을 사용하겠느냐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보면 지도자의 오판에 따라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비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핵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당한 우크라이나를 본 북한이 절대 포기할 리 없다.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에 아산 정책 연구원과 미국 랜드 연구소의 조사 발표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5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대략 200개 정도의 무기를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 4위 정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격을 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책임 방기다. 우리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국민차원의 대비훈련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전에 사용을 못하도록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때문에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마냥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란 확신이 없고 러시아나 중국이 뒤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북한의 핵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실존적인 위협으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북핵 문제 대응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이 엄중한 안보상황을 정부에서는 한국형 핵 공유를 기다려달라고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핵이 없으면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이사장도 "전세계 안보환경이 현재와 같이 불안정한 추세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우리나라도 역시 궁극적으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며 "다만 핵무장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과 국제 사회의 이익이 상충해 빚어질 수 있는 동맹 간 불신이나 고립, 각종 경제적 불이익이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북한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사용해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자신들을 어찌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북한이 핵을 쓰면 과연 미국이 핵무기를 써줄 것인지, 또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한미협정이 붕괴되고 국제사회에서 문제국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북한에는 이런 공포가 없다. 북한이 연일 핵도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대응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걸 의원은 "북한은 연일 장·중·단거리, 탄도·순항, 어뢰 등 미사일과 이동식발사차량, 열차, 잠수함 등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확장억제와 방어에 치중한 기존 핵우산의 거부억제 방식 넘어 자체 핵 보유 통한 보복억제 강화로 북한의 핵 위협은 결국 자멸로 귀결될 것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