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 촉각…"한전·가스공사 재정건전 계획서 퇴짜"
당정 깊어진 고민 속 업계선 "설마 자구노력만 요구하고 말까" 인상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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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당정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당정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20일 세번째로 요금 인상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권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오는 24일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고려하면, 결국 인상 여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 후 결정되지 않겠느냐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자구노력 만으로 시가총액(11조9100억)의 3배에 달하는 적자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달 31일 개최된 전기요금 관련 당정협의에서 회사채 발행 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해 킬로와트시(kWh)당 29.4원 혹은 39.9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복수안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준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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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현행법에 규정된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올해 최소 8조 3000억원(회사채 발행 한도 6배 기준)에서 11조3000억원(5배 기준)의 추가 수익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남은 3분기 동안 kWh당 총 29.4원(6배 기준) 혹은 39.9원(5배 기준)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분기별 추가 인상 폭으로 따지면 kWh당 9.8원 혹은 13.3원이 선택지다. 한전은 지난해 말 이미 올해 KWh당 총 51.6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으나 1분기 KWh당 13.1원 올리는데 그쳤다.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최소 29.4원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경우 1년 만인 올해 말 다시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당정은 이같은 내용에 공감하고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폭을 검토했으나 전문가 좌담회 등 의견수렴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인상 시기 및 폭 결정을 잠정 보류했다.
이마저도 이미 지난해 32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올해 채권발행 한도까지 꽉 채운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상이라는 게 한전측의 설명이다. 채권 발행 한도 상향 없이 전력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현재 kWh당 120원대인 주택용 전기요금을 40%나 더 올려도 올해 발생한 30조원대 적자 해소는 물론 회사채나 대출 원리금 상환에도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미 역대급 적자를 기록해 채권 발행으로 버티고 있는 한전이 요금 인상마저 막혀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의 현실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채권 시장을 한전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발전사회사들도 한전으로부터 전력판매 대금을 받아야 연료를 사 오기 때문에 대금을 받으려면 한전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둘 다 안되면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