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현 정치경제부 정치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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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하게 대응하면 이중잣대 비판이 뒤따라올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아서다. 반면 돈 봉투 의혹을 덮으려고 하면 ‘부패 비호 정당’,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사건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 자체 진상 규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제적인 대응으로 여권의 ‘부패 정당’ 프레임을 차단하고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녹음본이 공개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 ‘송영길 전 당 대표 책임론’이 급부상하자 송 전 대표에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을 거부하고 ‘개인적 일탈 행위’라 규정하며 사건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를 포함해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치 탄압’으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민주당 내부에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본인을 향한 수사에서는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이 대표는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당을 위해 관련 의원들에게 출당·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당헌·당규까지 바꾸며 대표직을 유지한 터라 명분이 서지 않는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점에 섰을 뿐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 민주당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정치적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의 주장대로 ‘정치 탄압’이라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든지, 아니면 근거 없는 비판을 멈추고 투명한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현역 의원은 당 내부에서 공정한 자체 조사를 통해 검찰의 진실 규명을 돕고 문제가 있다면 그 연루자들을 징계하는 게 마땅하다. 송 전 대표 역시 ‘측근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즉시 귀국해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도 이제 더는 불체포 특권의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된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던 이번 입장 표명과 같은 태도를 본인 관련 사건에도 적용하는 것이 옳다.
‘엄정한 진실규명, 예외 없는 책임추궁’ 원칙은 민주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은 돈’을 주고 받는 퇴행적인 악습을 뿌리뽑기 바란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