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신소재, 인텍플러스 등
주가 급등 종목 줄여
롯데관광개발, 씨앤씨인터내셔널 등
항공·여행·소비주 비중은↑
"국내주식 비중 낮아 수익률 영향 작을 것"
▲국민연금.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민연금이 올 1분기 동안 2차전지·반도체 관련주 비중을 줄였다. 해당 업종의 전망이 밝지만, 이미 주가가 급등해 추가 상승여력이 불확실한 종목 위주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리오프닝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여행 등 관련주의 비중은 대체로 늘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작년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거둔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인 운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운용자산 내 국내주식 비중이 작아 실질적인 영향은 적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날까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비중이 5% 이하로 낮아진 국내 주식을 분석한 결과, 2차전지 관련주인 나노신소재, 대주전자재료, 테이팩스, 천보, 동원시스템즈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년간 2차전지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 동안 주가가 급등한 종목 위주로 비중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대주전자재료의 주가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54.46%, 나노신소재는 97.60% 급등한 바 있다.
인텍플러스, 파크시스템스 등 반도체 장비주들의 비중도 5% 미만으로 축소됐다. 반도체 업종은 현재 업황이 바닥을 쳤지만 오는 하반기 이후 다시 상승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인텍플러스의 주가는 올해에만 53.65%, 파크시스템스는 36.25% 상승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들 종목의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지분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단 같은 2차전지·반도체 관련주라도 비중이 늘거나 변동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에스동서(0%→6.04%), 율촌화학(0%→6.06%), PI첨단소재(7.38%→8.48%) 등 2차전지 관련주의 비중은 확대됐는데, 이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또 아이에스동서의 경우 2차전지 재활용 업체를 최근 인수했으며, 율촌화학 및 PI첨단소재는 2차전지 소재·부품 기업으로 각 2차전지 제조업체 설비 투자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관련주 중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의 지분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23년 국민연금 보유 비중 5% 이상 편입제외신규편입 주요 종목. 출처=에프앤가이드 |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끌어올린 종목 중에는 ▲롯데관광개발(6.01%), 쏘카(5.05), 한진칼(5.06%) 등 항공·여행주 ▲롯데쇼핑(5.00%), 씨앤씨인터내셔널(5.15%) 등 소비주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국내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중국인 관광객 및 중국 내 소비 급증에 따른 혜택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에 진에어(7.31%→10.66%), 제주항공(6.04%→10.66%), 하나투어(6.52%→8.67%), GKL(8.94%→10.54%) 등의 비중도 더욱 커졌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선호주로 씨앤씨인터내셔널을 꼽으며 "작년 11월 중국 광군제, 올 3월 부녀절 행사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지만, 누적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며 "오는 6월 18일 쇼핑 축제 전후 중국 화장품 수요 회복을 기다려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국민연금이 작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자, 올해 주식 자산 수익률을 의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운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작년 한 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8.2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연금기금 적립금도 900조원 밑으로 내려간 바 있다.
그러나 작년 국민연금 수익률과 주식 비중 변화는 큰 관계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의 경우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수익률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자산 중 국내주식 비중이 적고 1분기 만으로 국민연금의 운용기조를 판단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기준 운용하는 금융자산 평가액은 915조839억원이었는데,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135조8230억원)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국내채권(34.7%, 317조8270억원)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은 만큼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에 대해 계속해서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이 자산 배분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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