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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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금융부 기자. |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정치권,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까지 연일 소란스럽다. 지난해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사건을 비롯해 피해자 3명이 사망한 125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인 건축왕 사건까지, 작정하고 사기 행각을 벌인 가해자들 때문에 애꿎은 전세입자만 발을 구르고 있다.
가해자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로 수도권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정하고 전세입자의 돈을 가로챈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과연 ‘왕’ 혹은 ‘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타당한지조차 의문스럽다. 왕, 신과 같은 단어는 일정한 분야나 범위 안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에게만 붙이는 표현 아닌가. 전세사기꾼들의 사기 행각이 이러한 칭호에 가려지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 사용이 필요한 듯하다.
또 한 가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은 안타깝지만,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사들이 금융 및 법률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당연시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전세사기 피해 건수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기 사건의 경우 엄밀히 말해 금융사들에게 판매나 혹은 중개의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금융사들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대출을 감면하거나 부대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일은 금융사들이 져야 할 책임, 의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전세사기 피해는 줄곧 있었다. 과거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사안의 규모가 커지자 누구는 지원을 받고, 과거 나홀로 전세사기를 당한 이들은 그에 대한 아픔과 피해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평등하다.
금융권 한편에서는 이러다가 보이스피싱까지 금융사들이 모두 보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지원 범위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부 있다. 아무리 이자장사로 비난을 받는 금융권이지만, 이번 사건이 금융사와 정부의 지원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지원책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사건이 향후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종합대책이 없는 한 전세사기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