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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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낯선 사람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면 요즘에는 자녀들이 부모님께 전화, 문자, 인터넷 등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물론 온라인에서 떠도는 허위 정보가 많아졌는데, 이런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 정보를 믿을 수 있어 자녀들이 부모님께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금융권에 허위 사실이 퍼지는 것을 보고 다시 이 말이 떠올랐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이들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수 있다는 지라시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됐다. 마침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이후 금융불안이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던 때다.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두 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을 보면 웰컴저축은행 6679억원, OK저축은행 1조10억원 규모다.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체액을 보면 웰컴저축은행은 0.01%에 44억원, OK저축은행은 4.09%에 410억원이다. 애초에 1조원대 PF 결손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새마을금고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해당 금융기관에서 적극 해명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 더 보수적이고 예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대하다가는 잠재됐던 위기가 언제 터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시장에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실직절인 시장 불안을 오히려 더 키우는 꼴이 된다. SVB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SVB 사태는 소비자 불안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이어져 금융사의 파산까지 이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 SVB 파산이 전 세계적인 위기로 부각되며 세계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금융에서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신뢰가 떨어지는 정보가 범람할 수록 시장의 혼란은 더해진다. 진짜 믿어야 하는 사실조차 진실인 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악성 루머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나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금융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시장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금융소비자들이 허위 사실에도 쉽게 공포감을 가지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