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창의적이다"…스마일게이트의 ‘발칙한’ 교육 실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03 16:54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성과 다룬 다큐 공개…시사회엔 교사·교육계 종사자 몰려



권혁빈 CVO "결국은 ‘환경’이 창의적인 인재를 만든다"



[인터뷰] 오숙현 퓨처랩 실장 “퓨처랩 설립 7년…실험 성과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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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이욱정 프로듀서와 창의 교육 전문가들이 함께 ‘다른 교육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배꼽은 상체인가요, 하체인가요." "꽃이 아름답다고들 하는데, 왜 아름다운 거죠?" "오늘은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봅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모아 음악을 만들어 볼까요."

얼핏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질문, 당최 쓸모 없어 보이는 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도대체 이런 걸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칠 무렵, 기존의 틀은 산산이 부서진다. 발칙하고 과감하다.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 퓨처랩(Future Lab) 얘기다.

퓨처랩은 ‘로스트아크’ ‘크로스파이어’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일종의 창의 실험 공간이다. ‘모든 아이들은 창의적이다’라는 믿음 아래, 창의성이 발현되는 ‘환경’을 탐구하고 이를 세상과 공유하고자 2016년 탄생했다. 그리고 오는 5일 퓨처랩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창의는 어디에서 오는가: 세상에 없는 학교, 퓨처랩’(이욱정 PD)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다.


◇ "‘환경’이 ‘인재’를 만든다"…퓨처랩 비전에 교육계도 ‘들썩’


스마일게이트 설립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는 해당 다큐에서 퓨처랩에 대해 "일반 학교나 학원에서는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가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창의’는 흔히 남들이 생각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문제해결능력이다. 상상력의 베이스는 ‘경험’이고 그것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인재가 나온다.

퓨처랩의 존재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교육계의 관심은 상당하다. 열정적인 현직 교사들은 퓨처랩에서 진행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BBC 교육재단 등 글로벌 교육 기관도 퓨처랩과 협력하며 창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다큐 공개에 앞서 지난달 서울과 전주, 대전, 부산 등 전국 4개 도시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는데, 사전에 참가신청을 한 인원의 약 70% 가량은 현직 교사이거나 교육계 종사자였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교육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퓨처랩이 강조하는 건 새로운 ‘교육’이 아니다. 그저 ‘환경’이다. 창의성은 이미 아이들 안에 존재한다는 믿음이 자리해서다.


◇ "모든 아이들에겐 힘이 있다. 그러니 간섭하지 말라."


퓨처랩의 설립부터 함께했던 오숙현 실장을 지난달 24일 퓨처랩에서 만났다. 오 실장은 다큐멘터리 공개에 앞서 시사 영상을 보며 내내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퓨처랩 출신 아이들의 옛 모습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한 도전적인 일화들이 떠올라서다. 다음은 오 실장과의 일문일답.

-이번에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서게 된 계기는 뭔가.

▲ 퓨처랩을 시작하고 해를 거듭하면서 퓨처랩의 성과를 어느 정도 확인했고, 이 경험을 대중과 나눠야겠다고 판단했다. 창의 환경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자는 취지다.

-스마일게이트가 퓨처랩을 조성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스마일게이트 비전 자체가 ‘창의’와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설립자인 권혁빈 CVO의 의지가 강했다. 권 CVO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여러 환경적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고, 이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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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현 퓨처랩 실장.


-현직 교사들과 교류도 많은 것 같다.

▲ 챗GPT가 등장하고 인공지능(AI) 교육이 들어오면서 현직 교사들도 여러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퓨처랩은 교사들이 창의적인 방식의 교육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다. 퓨처랩은 공간의 제약으로 몇몇 아이들만 경험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 달라지면 전국의 교실이 퓨처랩이 된다.

-글로벌 유수의 교육기관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 컨센서스를 이뤘나.

▲ 창의성이 교육으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글로벌 교육기관들이 퓨처랩의 이런 철학을 지지해줬다. 감사하게도 자신들의 리소스를 기꺼이 내줬다.

- 퓨처랩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 타인이 볼 때 가시적인 성과로는 퓨처랩 출신 아이들이 유수의 대학에 진학을 하고, 글로벌 대회에 나가 수상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퓨처랩의 비전에 더 맞는 건 교직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다며 행복해하는 선생님, 남이 정해주는 진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을 만난 거다. 그게 가장 큰 수확이다.

- ‘창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창의’라고 하면 흔히 사고력이나 문해력, 또는 인간이 가진 능력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퓨처랩에 있다보니 ‘창의’라는 건 삶을 살아가는 태도인 것 같다. 각자 고유하게 자신의 모양대로 외부와 관계 맺는 힘, 그게 바로 창의라고 본다.

- 우리 아이에게 창의 환경을 만들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이미 아이에겐 힘이 있다. 간섭하지 말라. 쉽고 효율적인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 어른이 설계한대로 가르치면 아이는 설계해준 만큼만 배운다. 우연한 발견, 확장의 기회를 뺏어버리는 거다. 다들 알지 않나. 굉장히 우연한 기회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는 것 쯤은.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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