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이번달 내 국회 법사위 통과 가능성
- 재생에너지·통합발전소(VPP), ESS 등 확대 골자, 낮은 경제성·민영화 우려 상존
-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송전망 확충 위해 민간 개방 언급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윤석열 정부에서 전력시장 민영화가 본격활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통과와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하 10차 계획·계획기간 2022∼2036년)이 그 신호탄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6일 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여야가 수도, 철도 등 공공분야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전력 분야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모양새"라며 "탄소중립과 RE100(제조 기업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직접 PPA(전력판매계약)확대, 송전망 확충은 필연적으로 전력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발의는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직제개편을 통해 신설된 분산에너지과(현재 신산업분산에너지과)에서 시작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3법(에너지전환지원법, 풍력에너지활성화특별법,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추진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은 2021년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분산에너지법은 송배전망 건설에 대한 주민수용성 저하로 인해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지역에서 생산 및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확대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발의됐다.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해안가에서 대규모 발전설비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 수요처에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이다. 최근 송전망 부족으로 동해안의 신규석탄화력발전이나 호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들의 전력 생산이 강제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에너지업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분산에너지법 제정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실제 10차 송전망 계획에는 부족한 송전설비 확충을 위해 한국전력공사가 아닌 민간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담겼다. 민간 기업들은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만큼 전민간의 참여가 확대 될수록 전력거래비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국회 "분산에너지, 송전 부담 해결 의문·대규모 발전원 인근에 수요처 건설해야" 지적
지난달 국회 법사위에서는 분산에너지법에 대해 △기존 대규모 발전원 인근으로의 수요 분산 미비 △대규모 전력 수요처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수도권 유치 △분산에너지원 설치 의무화 △분산에너지특화지구 지정 및 지원센터 설치 필요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도읍 법사위 위원장(부산 북강서을)을 비롯한 위원들은 이 법안이 실제적으로 에너지 수요 분산과, 전력계통 부담 완화, 지역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분산에너지법은 40메가와트(MW)이하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계통부담을 완화하는 분산에너지로 규정하고 특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과 토지에 해당 발전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규정들이 발전설비 밀집 가속화와 송전망 추가 건설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계통 전문가는 "전남지역의 경우 이미 전력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많은 상황으로 추가적인 분산에너지가 설치될 경우 수도권지역으로 보낼 송배전망 건설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전남 등과 같이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역은 분산에너지 설치를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점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용가 인근에 발전설비를 짓겠다는 법안의 취지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분포 현황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산에너지활성화 추진전략. 산업통상자원부 |
일각에서는 분산에너지가 아닌 수요분산정책으로 전환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회의에서 "반도체 집적화 산업단지를 용인에 유치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와 역행한다"며 "첨단 산업 단지를 화력발전이 있는 충청, 호남이나 원전 몰린 부산 등지에 배치했으면 지방 균형 발전과 송전 부담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이 법안이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 실물경제의 지방분산, 지역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더 고민해달라"며 이 법안을 다음회의에서 재논의 하기로 결론낸 바 있다. 수도권 지역의 전력다소비 사업장을 대형발전소 인근지역으로 옮기는 등 수도권지역의 전력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수요관리정책을 통해 분산에너지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전력 다수요 기업들이 강원도 동해, 경북 울진, 경북 경주, 부산 기장, 전남 영광, 충남 보령 등으로 이전할 경우 국토의 균형 발전 및 지방 소멸 지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다른 법사위 의원도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분산에너지특별법보다는 에너지수요자를 공급자 인근에 배치하는 등 에너지수요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국가 산업·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법안 통과로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될 경우 요금 폭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기도 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추진전략. 산업통상자원부 |
◇ "분산에너지 정의 모호, 재생E도 송배전망 건설 필요해 취지와 안맞아"
이 법안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제기는 분산에너지의 취지상 송배전망 건설이 수반되는 발전원의 경우 해당사항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아무리 많은 설비가 보급되더라도 간헐성 문제로 송배전망 건설이 불가피해 분산에너지법 취지에 맞지 않은 발전원이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완설비가 수반돼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시도별 평균 발전단가(LCOE) 추정 결과 일사량이 높고, 토지 가격이 낮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도 지역의 발전단가(LCOE)가 낮아 태양광 발전 설비를 위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주요 광역시 및 수도권 지역의 발전단가(LCOE)는 180원/kWh 이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2021년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평균 가격(138원/kWh)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태양광을 경기지역에 설치할 경우 발전단가는 224원, 서울지역에 설치할 경우 발전단가는 2127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산에너지법은 중앙집중형이 아닌 지역별 전원 확대가 골자로서 태양광, 연료전지, 풍력, 소규모 화력발전 등이 모두 속하게 된다. 가장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원이 태양광이다.
에경연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 취지상 전력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지역에 분산에너지 집중적으로 설치해 송배전망 건설을 줄이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수도권 등 전력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등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소규모 분산형발전의 경우 대형발전원과 비교하면 경제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에 비싼 발전원가에 대한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에너지에 특정발전원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소규모 석탄발전도 포함되어 있기에 자칫 석탄발전을 활성화를 지원하는 법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분산에너지법 취지 대로라면 추가적인 송배전망 건설을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발전원이 분산에너지로 정의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민간사업자 전력 시장 참여
에너지업계에서는 분산에너지법 통과에 따라 통합발전소(VPP)등 전력소매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분산에너지법에 반영된 통합발전소사업은 분산에너지자원을 활용한 사업으로 전력당국에서 직접 컨트롤이 어려운 태양광 등 간헐성 발전원에 대한 출력 제어 등 수급관리업무를 새로운 민간사업자층을 구성해 맡기는 방식이다. 저장전기판매사업의 남는 전기를 ESS 등 저장장치에 정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판매하는 사업으로 다수의 민간사업자들이 전력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과 독일에서 제도를 운영중에 있으며, 각각의 영리활동을 추구 중에 있다. 고가의 ESS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전력의 경우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EC) 가중치를 최대로 부여해 전력거래 비용이 늘어난다. 실제 남부발전이 ESS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의 평균 전력판매 단가는 KWh당 353원으로, 한전의 전력구입 단가가 KW당 80~9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분산에너지법 통과로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까지 분산에너지로 포함될 경우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와 마찬가지로 한전에서 청정수소인증제(CHPS)를 통해 별도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를 해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재 연료전지의 발전단가는 KWh당 200원 이상이며 LNG개질 수소를 활용한 방식이 대부분인 만큼 향후 수소 생산원가의 하락이 어려운 상황이라 상용화 되더라도 많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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