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최고크리에티브책임자)
박재범소주 MZ세대 인기 힘입어 수출 잰걸음
'우리술' 정공법, 고도주·저도주 제품 확대 주력
강원쌀 토토미 원료 사용 소비 증진·농가 지원
![]() |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사진=원스피리츠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나라마다 주류 문화가 다르지만 ‘우리 술, 우리의 스피릿(Spirit·정신)’이라는 정공법을 내세워 한국다운 술로서 원소주의 매력을 알릴 예정입니다."
전통주 불모지로 꼽히는 국내 주류시장에서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소주’로 젊은 MZ세대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일대 돌풍을 일으킨 원스피리츠의 김희준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해외시장에서 한국 대표술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CCO는 박재범 대표 뒤에 숨은 기획자로 증류식 소주 ‘원소주’ 탄생의 주역으로 꼽힌다. 희석식 소주 일색이던 국내 주류업계에 지난해 원소주를 내놓기까지 제품 제작과 홍보·판매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원소주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최대 숙제는 주종 특성상 까다로운 제조 공정과 양조 기술을 요구하는 탓에 생산량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고 김CCO는 소개했다. 국산쌀로 직접 밥을 지어 증류한 이후 옹기 숙성을 거쳐 제조까지 약 4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희소성 마케팅을 한다는 오해를 살 정도로 제품 공급에 난항을 빚기도 했다.
결국 김CCO는 옹기 숙성 과정을 없애는 대신 알코올 도수와 가격도 낮춘 원소주 스피릿을 내놓거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협업 양조장을 물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해법을 찾았다.
지난달 하순 서면 인터뷰에서 김 CCO는 "사업 초기에는 생산량이 월 2000병(375㎖ 기준) 수준이었지만 강원도와 원주 농협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지금은 월 300만병까지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생산량이 증가세를 보이면 원주 이외에 다른 강원 지역 쌀들도 제품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어 김 CCO는 "위스키와 견줄만한 고도주를 출시해 증류식 소주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저도주를 즐기는 고객을 겨냥한 제품도 준비 중으로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잘 만든 소주의 잠재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증류식 소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스피리츠는 현재 양조장 소재지인 원주에 월 150만병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올 상반기 40도 이상의 원소주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원스피리츠는 지난 3월 박 대표 고향인 미국을 시작으로 최근 태국까지 해외 영역을 넓힌 상태이며, 현재 아시아와 유럽 일부 국가와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다.
김CCO는 "미국 내 K-콘텐츠 인기로 그 연장선에서 원소주도 한국 대표주류로 취급받고 있다"며 "특히, 태국은 박 대표 팬층이 두터워 이들이 안정된 시장 연착륙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원소주의 세계화에 김 CCO가 강조한 핵심은 ‘원소주스러운 접근’이다. 예컨대, 떡볶이를 ‘stir-fried Rice Cake’ 같이 영어로 풀어서 얘기하지 않고 Tteokbboki 한글 그대로 표기하듯, 원소주(Won Soju)도 K-술로서의 정체성 그대로 현지에 선보여 한식 위상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원스피리츠가 양조장 소재지인 강원 원주에서 생산되는 지역쌀 ‘토토미’만 고수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눈에 띄는 노력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해외에 선보이는 만큼 국산 재료로 만든 진정한 우리 술을 잘 만들고 싶다는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국내쌀 소비량 증진과 지역 농가 활성화라는 이점까지 더해져 토토미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김 CCO는 "꼭 원소주가 아니어도 된다"며 "양조용으로 다양한 쌀을 개발하고, 그 쌀을 활용해 빚은 술을 많은 분들이 소비하거나 수출까지 이어지면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