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윤석열 정부 취임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정치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08 10:12

좌충우돌 1년…참모진 인사 정상화·정치 자문그룹 운영해야



홍성걸 국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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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은 야당이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지배하는 태생적인 한계와 함께 여당 내 당권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그 어느 정권보다 컸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직선적인 성격이 국정에 그대로 투영된 1년이었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물려받은 유산부터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3분의 2의 압도적인 국회의석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틀을 앞두고 ‘검수완박’ 법안까지 처리해 윤 정부의 검찰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만료 직전까지 수많은 공공기관 임원과 기관장들을 민주당 사람들로 가득 채워 사실상 정부가 바뀌어도 2~3년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문재인 사람이 넘쳐나는 정부가 되었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 온 윤석열은 초보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적 계산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언급함으로써 비판을 자초하기도 한다. 표를 의식하고 돌아가야 할 길을 무조건 직진하여 불필요한 반발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면 그것이 옳은 길이고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치적 이익은 결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인간 윤석열의 특성은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 곳곳에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으로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해 지배된 분점정부로 출발했다. 분점정부는 협치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에 어느 쪽이든 양보해야 하지만 서로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대표로 선출했는데, 이 대표는 적어도 7~8개의 의혹과 혐의를 가진 형사피의자 신분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통령도 형사피의자인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없고, 민주당도 그런 대통령이 원하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의사가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은 또 다른 혐의로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될 것이 두려워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해오고 있다.

여야의 극단적 대립 속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출한 법안은 입법이 무산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회는 한동훈 법무장관 대 민주당 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져 아이들 싸움만도 못한 허접한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의 유일한 순기능은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국민을 웃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은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운 시급한 사안이지만 제21대 국회의 임기 말까지 어떤 진전도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도어스테핑’이라는 출근길 간이 인터뷰 방식으로 기자들과의 즉석 인터뷰를 도입했다. 이는 국정의 주요 이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어 국민과의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발언으로 발목을 잡힐 수도 있고 국정운영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 채택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결국 유엔 방문 때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만남 직후 실언 파동으로 중단되었다.

주요 정책이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성적표는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덕을 보았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매우 부정적이고, 개혁추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겐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건설노조, 화물연대, 공공운수노조 등의 구조적 악행이나 특권의식에 대한 법치 회복에 많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전면 투쟁으로 맞서는 식이다. 개혁이나 변화는 기득권을 해체해야 가능하기 에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누리던 기득권 세력의 극심한 반발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어떤 개혁이든 찬반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국가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개혁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데,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당선이나 정권에 눈이 멀어 국가에 필요한 개혁을 뒤로 미루기 일쑤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국익을 위해 언젠가 (욕을 먹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지금 내가 하겠다’는 입장에서 먼저 일본에 양보한 윤 대통령의 접근은 좋은 예다.

외교적 측면에서의 1년의 성적표는 초반에는 실점이 많았다가 후기에는 만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토정상회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여, 유엔 방문 등으로 이어진 초기 외교에서는 의전이나 실언이라는 측면에서 점수를 잃었다. 그러나 야권의 반대를 무릅 쓰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했고 국빈 방문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공식화한 것은 작지 않은 성과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를 언급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 일각에선 ‘알아서 긴 굴욕 회담’이라고 비난하지만 미중 패권경쟁 속에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에 성공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인사 문제다.‘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정권의 성공과 실패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발굴해 쓰느냐다. 윤 대통령 자신을 비롯해 핵심 자리에 검사 출신들이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의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보니 인재를 발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둘 중 하나는 인사혁신처 국장급이나 민간 헤드헌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이 좋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을 도울 정치 자문그룹도 필요하다. 지난 1년 정치적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까먹은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여당 지도부 교체과정의 불협화음이었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력히 외쳤던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독립적으로 조언하기 어렵다. 현실 정치와 무관한, 그래서 자신의 미래와 관계없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황 판단과 대안을 직언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그들의 조언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최종적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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