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실적 발표…전기요금 kWh당 13.1원 인상
SMP상한제 시행에도 적자 탈출 못해
하루 채권 이자만 38억씩 나가는데
당정, 한전 자구노력 타령...40일여째 요금 인상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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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가 전기요금을 올린 1분기에도 5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전의 누적적자 규모는 총 43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집권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기요금 킬로와트시(KWh)당 7원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르면 이번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정은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를 이미 놓친데다 검토되고 있는 인상 폭도 한전 적자를 줄이는데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당정의 이번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이 연말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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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1분기 적자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승일 사장도 지난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전은 오는 1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미 2021년과 2022년 각각 5조 8601억원, 32조 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한전의 1분기 적자가 5조원 이상을 나타내면 지난 2년 3개월 간 한전 누적적자 규모가 43조를 넘어서게 된다.
한전 자본금은 현재 20조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생산전력을 구입하기 위해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생긴 이자만 지난해 1조 4000억원이었다. 하루 이자만 38억원 씩 지불된 것이다.
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말 회사채 발행한도를 재차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룰 경우 전력시장 붕괴는 물론 금융시장까지 큰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 47조원 중 한전채 단일 발행 규모는 32조원대로, 비유하자면 연못에 고래 한 마리가 들어앉은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못하면 (올해도) 한전채가 크게 증가해 수급 불안과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 교수는 "지난해 한전 적자에 대해 하루에 지급하는 이자가 매일 38억원을 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요금 인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1분기에는 한전 적자 완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리고 전력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까지 시행했음에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정은 적자 해소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한전 자구노력 미흡을 핑계로 40여일째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그 사이 한전이 이자로만 1500억원 넘게 까먹었던 셈이다.
당정은 1분기 실적 발표 시기와 맞물려 한전의 추가 자구노력과 요금 인상안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원인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파는 구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서 작년 한전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다. 하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인 kWh당 13.1원은 분기별 역대 최고 수준이었는데도 원가와 판매 가격 역전 현상은 계속됐다.
지난 1∼2월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kWh당 각각 165.6원, 149.7원이었다.
증권사들은 원가가 반영된 요금 인상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한전이 8조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정은 지난 3월까지 내렸어야 할 2분기 전기요금 조정 결정을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등에 미칠 영향,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왜곡, 전력망 투자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이번 요금 추가 인상의 전제로 주요 자산 매각, 간부 임금 인상분 반납, 조직 축소 등 국민이 납득할 한전의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당정은 2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7원 올리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한전이 올 하반기에 2조원 가량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하반기에도 추가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이미 오른 것을 빼고도 올해 안에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192조 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459.1%에 달했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한전채) 발행으로 버티고 있다. 한전의 4월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 1530억원에 달한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