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찔금, 어느 세월에"…전기요금 인상, 44조 한전 적자 해소엔 '먼 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5 18:06

전기요금 kWh당 8원 올려 인상률 5.3%

4인 가구당 부담 월 3020원 늘어



올해 두 차례 총 21.1원↑ 15.3% 올라

당초 요구액 51.6원에 크게 못미쳐



"팔수록 적자 보는 구조 해결 안 돼"

"잇단 자구노력 요구 대가가 이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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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44조원에 이르는 한전 누적적자 해결엔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까지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력업계 등에선 지금의 한전 사업구조가 연말까지 가면 부족한 전력구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발전소 추가 설립 및 송배전망 확충 등 신규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구입 및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면 전력 수급이 불안하게 되고 이는 결국 대정전(블랙아웃)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부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부족한 전력구입비 조달의 응급조치인 한전 회사채 발행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한전의 경영난 속 법 개정을 통해 어렵사리 이뤄낸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 확대가 1년 만인 올해 말 다시 추가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전기요금 5.3% 인상…가구당 월 3020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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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월 332kWh) 기준 전기요금 인상분 (단위: 원)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한전은 16일부터 전기요금을 전력량 요금 기준으로 킬로와트시(kWh)당 8원을 인상한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률은 현재 요금수준 대비 약 5.3%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 4.5%보다 다소 높지만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달 평균 전기를 332kWh 사용하는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 인상이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을 포함해 3020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 올해 누적 인상률 15.3%에도 한전 요구액 3분의 1 수준에 그쳐


지난 1월 전기요금 인상분 kWh당 13.1원을 포함해 올해 총 전기요금이 21.1원이 인상됐다. 올해 누적 전기요금 인상률로 보면 약 15.3% 인상됐다. 올해 들어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은 지난해 말에 비해 월 평균 약 7000원 정도 커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요금 인상이 전력 성수기인 7∼8월 소비자 부담을 키워 지난 겨울철 ‘난방비 폭탄’에 이어 ‘냉방비 폭탄’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에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 방안도 발표했다.

△요금 인상분 적용 1년 유예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 확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3년 분산 반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평균보다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경우 제공하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확대 적용해 20% 이상 전기를 절약하면 kWh당 최대 100원까지 전기요금을 차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전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이 처한 경영 현실에 비춰보면 크게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의 전기요금 총 인상폭 kWh당 21.1원은 한전이 당초 요구한 올해 전체 인상폭 kWh당 51.6원의 40.1%(21.1원)으로 3분의 1을 조금 넘는데 그쳤다.

한전이 요구한 올해 전체 인상폭 kWh당 51.6원은 기준연료비 45.3원과 기후환경요금을 1.3원, 연료비 조정단가를 5.0원으로 구성됐다.

이중 기후환경요금은 올해 kWh당 1.7원 인상됐고 연료비 조정단가는 5.0으로 올라 해당 요금은 요구치를 달성했다.

다만 기준연료비는 올해 총 kWh당 14.4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인상 요구액 45.3원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적어도 내년 4.10 총선까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정치권과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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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가구원수별 월평균 부담 증가액 (단위: kWh,원)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20년도(2019년 기준) 에너지총조사 보고서



◇ "한달 보름 끈 자구노력 요구 결과 정승일 사장 주저앉힌 것 말고 뭐냐"


한전은 당초 올해 총 1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해 줄일 수 있는 한전 적자 폭은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전 적자 증가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 올해 1분기까지 한전 누적 적자 약 44조원에서 한 푼도 줄이지 못하고 늘리는 구조는 계속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 전기요금 인상 폭 발표 소식을 접하고 당정이 전기요금 조정 관련 한 달 보름 동안 꾸물거린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그간 다섯 차례 전기요금 조정 당정회의를 하며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요구 등 온갖 소란을 피웠는데 그 자구노력의 알맹이가 결국 정승일 한전 사장을 주저앉힌 것 말고 뭐냐"고 꼬집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전기요금의 인상 폭은 고작 올해 물가 상승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그쳐 팔수록 손해 보는 한전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도 아니다"며 "한전이 적자에 허덕여 숨 넘어가는 비상 상황인데 정상적인 경영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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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 전력 구입비 조달 위기 재연될 수도…투자 차질 땐 전력수급 불안 가능성


한전의 적자가 계속될수록 블랙아웃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적자구조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며 (지금까지 적자에 따른) 이자부담도 해결하지 못 할거 같다"며 "결국 한전이 돈이 없어서 건설하지 못 하는 송배전망 문제는 현실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말에 가면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막힐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회사채 발행은 한전이 적자 누적으로 겪게 된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전력 구입비의 조달 창구로 활용돼왔다.

적자 규모가 커져 전력 구입비 부족분이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채 발행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이 지난해 말 전력구입비 외부 조달 규모 증가에 따른 자본잠식 위기에서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렸다.

그러나 최근 한전의 자금사정을 고려하면 연말에 가서 법을 개정해 한전 회사채 발행한도를 또 확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전이 영업수익만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 어려워지자 지난해 말 한전법 개정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를 전년도 말 적립금과 자본금 합계액의 2배에서 5배(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 때는 6배)로 늘렸다.

정부는 회사채 발행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올해 최소 8조 3000억원(회사채 발행 한도 6배 기준)에서 11조3000억원(5배 기준)의 추가 수익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올해 최소 kWh당 총 29.4원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파악했는데 올해 총 21.1원이 오르는 데 그쳤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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