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카카오의 ‘다음’ CIC 출범…체질개선인가 분사 수순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5 16:06

카카오 내 사업부였던 다음, 15일 사내독립기업으로 출범



분사 후 매각설 솔솔…카카오 "분리가 곧 분사는 아냐"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의 사업을 담당할 사내독립기업(CIC)을 15일 설립했다. 기존 사업부문 체제에서 CIC 형태로 체계를 바꿔,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헬스케어’ 등과 마찬가지로 향후 포털 ‘다음’의 분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카카오는 "분사나 매각은 절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 합병 시너지 못 낸 ‘다음’…결국 CIC로 분리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별도 CIC로 출범한 다음 CIC는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다음 CIC 대표는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았던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앞서 카카오는 2014년 네이버의 라이벌이었던 포털 ‘다음’을 합병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사업 무게중심이 카카오톡으로 기울면서 ‘다음’ 사업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합병 당시 약 20% 수준이었던 다음의 국내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카카오 합병 이후 네이버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날 웹사이트 분석페이지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은 지난 13일 기준 네이버가 55.89%, 구글이 35.17%, 다음이 5.38% 정도다.

카카오 내 다음 관련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포털비즈 부문의 매출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236억원이었던 포털비즈 사업 매출은 지난해 42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포털 비즈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7% 감소한 836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 CIC설립 현재
AI랩 2019년 5월 분사(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지털헬스케어 2021년 12월 분사(카카오헬스케어)
커머스 2022년 8월 CIC 형태로 사업 계속
포털 다음 2023년 5월 ?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 설립 이력 및 현황.(자료=카카오) 


◇ 카카오 "CIC 분리는 효율성 위한 것…‘다음’ 분사 계획 없다"

CIC는 인사, 재무 등 조직운영에 필요한 경영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CIC 체계를 많이 활용한다.

경쟁사 네이버의 경우 2015년부터 CIC 제도를 운영하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법인으로 분사시켜왔다. 네이버웹툰과 네이버파이낸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가 CIC 제도를 운영한 것은 2019년부터다. 카카오의 사업부문이었던 AI랩(Lab)은 2019년 5월 카카오의 첫 CIC로 설립됐고, 같은해 12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했다. 카카오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부는 2021년 12월 CIC로 분리됐다가 이듬해 3월 카카오헬스케어로 분사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커머스 CIC는 과거 쇼핑사업부를 분사해 별도법인으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흡수합병하고, 이를 CIC 조직으로 분리한 사례다.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쇼핑하기 등 카카오의 이커머스 관련 사업들을 관할한다.

앞선 CIC들과 달리 다음 CIC는 실적을 못 내는 조직을 분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다음 CIC 분리 이후 분사 후 매각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으나, 카카오는 "분사나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CIC 분리가 곧 분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hsjung@ekn.kr

정희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