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치료제 없는 글로벌신약 선점 ‘청신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7 17:00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국내 개발성과 잇달아



한미약품, 美 임상2상서 안전성 이어 유효성도 확인



동아ST, 3분기 美 임상2상 돌입...일동제약 1상 진행



美기업과 2029년 36조 시장, 1호 타이틀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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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한미약품 바이오플랜트 내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모습. 사진=한미약품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전세계적으로 환자는 많지만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로 꼽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성과가 속속 빛을 발하고 있어 수십조원대 글로벌시장 선점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 중인 NASH 치료 신약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글로벌 임상 2상 중간결과의 유효성을 인정받고, 2상 시험을 변경 없이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IDMC는 임상단계의 약물을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문가그룹으로, 이번 권고는 앞서 ‘안전성’ 확인을 받은 데 더해 이번에 ‘유효성’까지 확인받은 것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 관계없이 인슐린 문제로 간에 중성지방이 쌓이는 질환으로, 일단 섬유화가 진행되면 회복할 수 없고 간경화·간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질환이다. 미국 성인 1.5~6.6%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만성 간질환이지만 발병 요인이 다양하고 치료제 개발이 까다로와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치료제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의 NASH 치료신약을 ‘패스트트랙’ 의약품으로 지정해 신속한 개발을 위한 허가절차상의 지원을 약속했고,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해 약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인체 호르몬인 GLP-1 등을 활성화시키는 삼중작용 바이오 신약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최대 단점인 짧은 약효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한미약품이 지난 2020년 미국 MSD(미국 머크)에 1조원에 기술수출한 NASH 치료 신약 ‘랩스 듀얼 아고니스트’는 최근 글로벌 임상 2a상이 종료돼 오는 6월 유럽간학회(EASL)에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ST)도 앞서 이달 초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가 미국 FDA로부터 NASH 치료 신약 ‘DA-1241’의 임상 2상 시험계획 승인을 획득, 3분기부터 미국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밖에 HK이노엔은 국내 바이오텍 퓨쳐메디신으로부터 도입한 NASH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일동제약은 올해 완료를 목표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YH25724는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같은 K-제약·바이오기업들의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미국 바이오텍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도 FDA에 NASH 치료제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 시기 미국 마드리갈파마슈티컬 역시 NASH 치료제 임상 3상에 성공해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와 마드리갈파마슈티컬 2개사가 세계 최초 NASH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과거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FDA 승인 문턱에서 좌절했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아직 K-제약·바이오기업에게 ‘세계 최초 NASH 치료제 개발’ 타이틀의 기회는 열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NASH가 발병요인과 치료제 작용기전이 다양한 질환인 만큼, 최초 출시는 아니더라도 타겟 기전을 달리하는 차별화된 약물을 선보인다면 오는 2029년 36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NASH 치료제 시장에서 K-제약·바이오가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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