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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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
오는 29일부터 6월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2월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 175개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협약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0월로 예정된 5차 회의 개최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 톤으로 각각 두배 가량 늘었다. 국가별 플라스틱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21%로 가장 많다. 그 뒤로 EU(15%), 미국(14.5%), 독일( 5.5%). 인도 ( 4.2%), 한국(4.1%), 일본 (2.6%) 순이다.
특히 의료부문이나 개인위생용, 전자상거래 등에서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고작 9%에 그친다. 나머지는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각종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 플라스틱 첨가제로 인한 호르몬 및 신진대사 교란 등 인류 건강도 해친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2019년 기준 약 18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90%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거버넌스는 런던협약, 스톡홀름 협약, 바젤협약 등 해양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보호, 화학물질, 폐기물 교역 등 관련으로 부분적으로 다뤄져 왔다. 그래서 INC에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오염방지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잉거 안데르센 UNEP사무총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디자인 및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수거, 재활용, 매립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별 관리방안을 마련한다.
협약의 쟁점은 규제의 방법과 생 분해성 플라스틱의 인정범위 등 크게 2가지다.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은 협약 체제 아래서도 국가별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입장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EU회원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협약이 발효되기 전 과도기에는 국가별 자율적 규제를 인정하고 발효 이후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규범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해서도 국가별 이해에 따라 견해차이를 보인다.
몬트리올의정서는 환경분야 다자간 협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전 지구적으로 노력해서 막은 결과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지만 플라스틱의 복잡성을 따져볼 때 간단치가 않다. 그렇더라도 협 약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응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고 일회용품 품목은 1만개(유럽은 400여종)가 넘는 데다 석유화학 산업이 주력업종이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 실천활동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과 연계해 불필요한 일회용품 제조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동시에 영세한 플라스틱 제조사들의 업종전환에 대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과 ESG경영 차원에서 플라스틱 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오염된 폐플라스틱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한 국민인식 강화와 지원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