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양심’ 美 진보 교수, 미성년 수십명 성추행범에 "재산 도움 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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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미국 대표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린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공짜 조언’을 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촘스키 교수가 지난 2018년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로부터 약 27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를 이체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촘스키 교수는 27만 달러가 다른 계좌에 있던 개인 자산일 뿐이고, 엡스타인으로부터는 단 한 푼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계좌에 예치된 돈이 엡스타인 계좌를 거쳐 이동한 이유에는 첫째 부인이 사망한 후 공동 자산 정리 과정에서 ‘기술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촘스키 교수는 "15년 전 첫 부인이 사망한 뒤 재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다가 엡스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엡스타인은 특정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촘스키 교수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라고 조언했다. 이체 과정에서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에게 재정적 조언을 구했지만, 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 법적인 계약 관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촘스키 교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재정적 조언을 구한 2018년은 엡스타인이 이미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미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엡스타인은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13개월간 복역했다.

그는 2019년에도 과거 미성년자 성범죄 사실이 추가로 알려져 수감됐고, 뉴욕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미국 언론이 엡스타인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억만장자 성범죄가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다.

넷플릭스 역시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정도였다.

이를 감안한다면 ‘시대의 양심’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촘스키 교수가 재정문제에 조언을 구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이 가진 뉴욕 맨해튼 저택을 방문해 저녁 식사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촘스키 교수는 1960년대부터 베트남 전쟁 등 미국 외교정책을 꾸준히 비판하면서 ‘미국의 양심’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17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서명을 하는 등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WSJ 질의에 "일단 이 문제는 다른 사람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개인사"라면서도 "엡스타인을 알았고, 가끔 만났다"고 답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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