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활에 시동거는 일본…"美 마이크론에 보조금 지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8 11:02
Japan Computer Chips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는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외국 반도체 생산업체 및 연구기관 7개사 대표와 면담했다. 기시다 총리와 기업 대표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일본 정부로부터 2조원에 육박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일본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한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침체된 일본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00억엔(약 1조9387억원) 규모의 보조금으로 히로시마 공장에 ASML의 극자외선(EUV) 반도체 노광장비를 설치해 차세대 D램 생산에 나선다. 이로 인해 일본에 처음으로 EUV 장비가 도입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히로시마 공장은 2013년 마이크론이 인수한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의 시설로, 마이크론은 지금까지 1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블룸버그는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마이크론이 1감마(10나노 6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실제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에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약 4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TSMC는 지난해 4월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도 보조금을 지원받아 일본 요코하마시에 반도체 후공정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고 인텔도 일본에서 연구개발(R&D) 거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또한 자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 공동 설립한 기업인 라피더스에 3300억엔을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세계에서 아직 생산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를 2025년에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으나, 이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한국과 대만에 밀려 10%대로 추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나아가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생산업체·연구기관 7곳 대표들과 만나 일본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면담에서 "범정부적으로 (외국 기업이) 대일 직접 투자를 한층 더 늘리게 하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외국 반도체 기업과 관련 일본 기업의 협력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면담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 미국의 IBM·인텔·마이크론·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종합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IMEC(아이멕)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면담에 참석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몇 년간 일본에 최대 5000억엔(약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론과 일본 정부의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반도체 수출통제를 시행한 후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로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보안 관련 조사를 하는 데 대한 대응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리서치 업체 옴디아의 아키라 미나미카와 애널리스트는 히로시마 공장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마이크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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