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전세 1만건 돌파…언제까지 이어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22 15:53

서울 역전세 거래 수도권 제외 14개 시·도 합계와 비슷



‘강남4구’ 역전세 거래 서울 전체의 35% 차지



전문가 "역전세난 심화되지만 가격 하락폭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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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서울의 역전세 거래량이 1만건을 돌파하면서 ‘역전세난’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최근 전세 시장 하락세가 이어지고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내 역전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고점에 전세 계약된 물건들이 부동산 침체 우려 속에 폭락하면서 시장 내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같은 역전세 심화로 임대인은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22일 프롭테크 기업 호갱노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지난 3개월 사이 서울에서 일어난 역전세 거래는 1만1572건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도 합계(1만2667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는 2년 전 평균 전셋값보다 하락 거래가 이뤄진 경우를 역전세로 분류했다.

만약 역전세가 발생한다면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으며 이전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역전세 거래는 서울 내 최고 부촌으로 평가받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 3개월간 전세 거래 중 1117건이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된 송파구는 서울 내 역전세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 중 하나로 집계됐다. 강동구(1197건), 강남구(1022건)의 역전세 거래 또한 1000건을 상회했으며 여기에 서초구(749건)까지 더해지면 강남 4구의 역전세 거래 건수는 총 4085건으로 서울 역전세 거래의 35.30%를 차지한다.


◇ 억대 역전세 서울 곳곳에서 수두룩


이 같은 수치를 반증하듯 최근 서울 곳곳에서는 억대 역전세 거래가 목격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마포구 대장주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2021년 9월 8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지난달 15일 6억에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1년 6개월 만에 3억원에 가까운 폭락을 경험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2021년 7월 18억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지난 1일 13억원에 신규 계약되면서 5억원 하락했다.

여기에 더해 역전세 계약으로 인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9510가구 규모 대단지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2년 전인 2021년 5월 10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8억5000만원에 계약을 갱신하며 세입자에게 1억500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지난해 대비 1억원↓


역전세 거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현재 서울의 역전세난은 상당히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1년과 올해 발생한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 3만2022건(동일단지·동일면적 거래발생)을 분석한 결과 2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는 전체의 62%(1만9928건)였으며, 서울의 하락 거래 비중은 이 보다 높은 64.2%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7432만원으로 전년 동월(6억7570만원)에 비해 약 1억원가량 낮아졌다.

이처럼 역전세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일부 수요자들은 평균 전셋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분기 거래 만기 물건이 내년 1분기 나온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했다.

송파구 잠실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규모 신규 입주 물량 및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유치하려면 전세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전세 거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2021년은 전세가격이 최고점을 찍던 시기라 역전세 거래가 급증한 것"이라며 "향후 역전세 거래는 폭증할 것이지만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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