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네거티브 규제, 선언보다 실천 더 중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23 17:35

김유승 유통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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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유통중소기업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글로벌 혁신특구를 도입해 국내 최초로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특구, 네거티브 규제 등 용어는 추상적이지만, 한마디로 ‘하면 안 되는 것’을 뺀 규제를 모두 풀어 현행법 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신기술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에게 혁신 창업의 숨통을 틔게 해주겠다는 발표였다.

이영 장관은 지난 8일 글로벌 혁신특구 간담회에서 "대통령 세 명이 달라붙어 규제를 해소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파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장관의 발언 배경을 이해하려면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스타트업 업계의 지속 성장과 애로 해소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 256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의 여러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44.1%에 이르렀다. 주로 신기술 개발·사업화 과정에서 겪는 규제 중 ‘기술실증 관련 과도한 허가제’(51.6%)와 ‘등록·허가업종의 복잡한 진입장벽’(50.4%)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25.4%는 ‘국내 규제로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심정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혁신특구 간담회에 참석했던 바이오 스타트업 관계자의 목소리는 더 절박했다. "자주 바뀌는 기준(규제) 때문에 처음부터 제품을 재제작하거나, 완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세계 3대 IT기기 전시회인 바르셀로나 MWC 2023에서 상을 받은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국내 규제로 혁신제품 판매가 불가해 정부의 글로벌 혁신특구가 물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산업계가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발표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포장된 선언은 화려하지만 구체적인 알맹이는 빠져 있기 일쑤였다. 글로벌 혁신특구 발표에서도 특구가 지정되면 금지목록을 작성한 뒤 소관부처가 제시하는 추가 규제 면제와 유예 조치를 적용할 것이라고 중기부는 밝혔지만 네거티브 규제의 최소 기준 설정, 기업 준비대응, 세부 계획 발표 시기 등에 언급은 없었다.

이 장관의 지적대로 ‘이전 대통령 세 명이 해결하지 못한’ 규제를 윤 정부가 풀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규제 개혁의 선언만 번지르하고 실천 내용이 신속하게 뒤따르지 않는다면 기업들에게 ‘희망 고문’일뿐이다. 글로벌 혁신특구가 ‘귀 호강’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중기부의 조속한 로드맵 제시와 제도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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