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시민단체 국민 수요조사서 97% "편의점 구매 편리"
도입 10년 지나 품목수 부족…구매경험 62% "추가 필요"
약사업계 "확대보다 심야·휴일약국 활성화 먼저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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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전국민 수요조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서울시보건협회·바른사회시민회의·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9개 단체가 연합해 출범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안전상비약 전국민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편의점 안전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2.1%는 ‘품목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안전상비약 제도 개선 방향으로 60.7%가 ‘새로운 효능군 추가’, 46.6%가 ‘새로운 제형 추가’, 33.6%가 기존 제품 변경 및 추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최대 20개 품목 이내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고시하며 현재 △존슨앤존슨 타이레놀정 △동화약품 판콜에이 △동아제약 판피린티정 △대웅제약 베아제정 △신신제약 신신파스 등 13개 품목이 지정돼 판매되고 있다.
안전상비약 제도는 공휴일·심야 등 응급상황에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 7월 도입한 제도로,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행 안전상비의약품 13개 품목 | |
품목 | 제조사 |
1.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밀리그람(10정) 2. 타이레놀정160밀리그람(8정) 3. 타이레놀정500밀리그람(8정) 4.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 5. 어린이부루펜시럽(80㎖) 6. 판콜에이내복액(30㎖x3병) 7. 판피린티정(3정) 8. 베아제정(3정) 9. 닥터베아제정(3정) 10. 훼스탈골드정(6정) 11. 훼스탈플러스정(6정) 12. 신신파스아렉스(4매) 13. 제일쿨파프(4매) |
존슨앤존슨 존슨앤존슨 존슨앤존슨 존슨앤존슨 삼일제약 동화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 대웅제약 한독 한독 신신제약 제일약품 |
자료=보건복지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 |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이번 국민 수요조사 외에도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비롯해 이후 보건복지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조사에서도 공통적으로 국민은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점진적 품목 확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국민의 편의성 못지 않게 안전성 확보도 중요한 만큼, 약사법과 시행령에 규정된 판매자(편의점주) 교육과 종업원 감독 등의 준수를 위해 복지부는 정기적인 실태 조사와 판매점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확대에 대해 약사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수면제 등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도 여러 약국을 다니며 다량 구매해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도의 확대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아무리 함량이 낮아도 ‘안전한 약’은 없는 만큼 편의점 종업원 등이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현행 안전상비약 제도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국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임시방편 성격의 안전상비약 제도 대신 근본적으로 공공심야약국(휴일지킴이약국)능 활성화하는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제도 도입 이후 10년째 한 번의 재정비도 없이 처음 지정된 13개 품목과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제는 제도 개선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