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유출 가능성…이스라엘·그리스·포르투갈 등은 편입 후 증시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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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선진 지수에 편입되려는 한국의 야망은 자산운용사들에게 있어서 좋은 시도인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MSCI 선진국으로 편입되는 가장 빠른 일정은 오는 6월 선진국 편입 후보국(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후 내년 6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현실화될 경우 MSCI 편입 정기 변경 시기인 2025년 5월께 실제로 반영된다.
MSCI는 현지시간 기준 내달 2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30분) 연례 시장 재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앞서 2주 전인 내달 8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9일 오전 5시 30분) 한국의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1992년 신흥시장에 포함된 한국은 2008년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랐으나,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진시장 편입이 불발됐다.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으며 지난해 관찰대상국 등재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재개, 외환시장 개방, 규제 개선, 소액주주 보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 지수 최종 편입이 이루어질 경우 이에 따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이 선진 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데 골드만삭스는 약 3조 4900억달러가 선진 지수를 추종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신흥국 추종 자금(약 1조 8100억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펀드 매니저들은 또한 편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이 축소돼 새로운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금자산투자회사 APG의 박유경 아시아태평양 총괄이사는 "한국이 선진국에 오르게 되면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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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로고(사진=로이터/연합) |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인데, 신진 지수로 편입되면 한국이 차지할 비중이 1∼2%로 쪼그라든다.
한국이 선진국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픽텟 자산운용의 이영재 선임 투자매니저는 "8억 달러 규모의 신흥시장 펀드가 보유한 한국 주식 10개를 매도하는 반면 삼성전자 단 하나의 주식만 선진시장 펀드에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진 시장에선) 단 하나의 한국 기업만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소재 인베스코의 성창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MSCI 지수에 기여하는 종목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더 큰 연못에서 작은 물고기가 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베스코, 픽텟 자산운용, T로우 프라이스 등을 포함한 대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은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대신증권과 소시에테제네랄은 유출 규모가 각각 330억 달러, 9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과거 2010년 중동국가 최초로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됐는데 그 다음해인 2011년에 250억 달러가 유출됐다. 또한 2012년까지 증시 거래량과 전체 시가총액이 40% 넘게 급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스라엘 소재 루미 캐피털의 다니엘 라포포트 총괄은 "거래량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데 몇 년이 걸렸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자체예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데 (선진국) 업그레이드 자체는 결코 축복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경우 선진 지수 편입 이후 2년 동안 주식이 최대 45% 폭락했고 포르투갈은 편입된 그 다음해인 1998년 중순부터 지수가 빠른 속도로 43% 하락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한국의 선진 지수 편입에 있어서 외환시장이 MSCI의 핵심 고려 요인이라고 밝혔다.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이강국 경제학 교수는 "MSCI가 궁국적으로 원하는 것은 24시간 한국 원화를 교환할 수 있도록 역외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당 투명성 부족,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등의 장애물들도 극복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