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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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산업부 기자 |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게 7~8년 전이다. 수용 규모도 12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멕시코에 장벽을 쌓았다. 영국은 이민자가 싫다며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지 않았던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우리나라는 이민 정책을 상당히 소극적으로 펼치는 나라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다. 다양성을 존중할 사회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언어 장벽 같은 요인도 있다.
이민 정책을 재설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조선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소멸’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내며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게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민 확대를 위해 ‘이민관리청(가칭)’을 신설할 방침이다. 유학생을 정착하게 하는 방안,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묘수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민 정책을 잘 수립하면 중·장기적 경제 성장의 해법이 보일지 모른다.
중동 국가들은 자원 부국일지라도 경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고(故) 셰이크 라시드 아랍에미리트(UAE) 국왕은 "내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이 바삐 움직이는 이유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숫자가 보여준다. "내 할아버지는 전쟁을 피해 피난을 다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인 이민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