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잡힐까"...원자재 가격 폭락에 '디스인플레' 재부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01 11:56

원유, 구리,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

2021년 이후 최저 수준



"인플레->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변할 가능성"

생활물가, 원자재 값 하락 반영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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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1년 넘게 이어진 인플레이션이 본격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물가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원자재 가격이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진 영향이다.

이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이 가계 생활 물가에 언제 반영되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판매가를 책정하는 기업이 결국 움직여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원자재값 폭락으로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정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고 이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1%까지 치솟아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원유, 구리, 밀, 천연가스 등 23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올해만 10% 넘게 폭락하면서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 유럽의 산업활동 부진, 기대치를 밑도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이 원자재 디스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경시경제 총괄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에너지 위기로 지난해 여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가격이 3분의 2 가량 급감했다. 그 영향으로 독일에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에도 국제유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68.09달러에 거래를 마감, 지난 3월 21일(69.67달러)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유가는 이달에만 12% 가량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또 미국에선 글로벌 경제의 연료나 다름없는 디젤 가격이 2022년 최고점으로부터 30% 이상 하락하여 트럭 운전사, 농부 및 소비자들에게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산업 전반에 쓰이는 주요 광물들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 흐름의 선행지표로 여겨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최근 톤당 7910달러까지 하락해 고점에서 약 20% 떨어졌고 니켈과 아연은 올 들어 각각 30%, 20% 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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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국제유가(WTI) 추이.


가계 ‘밥상 물가’와 직결된 식품 물가의 상승 모멘텀 또한 힘이 빠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글로벌 밀 선물가격은 작년 최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났고 식물유 가격도 급격히 떨어졌다. 원자재 강국인 브라질에선 사상 최대 수준의 옥수수 및 대두 수확량을 기록해 축산물 사료 비용 또한 완화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해소되고 있고 컨테이너 운임료 또한 무너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경쟁사인 회원제 창고마트 BJ홀세일 총수는 "사업 부문에 걸쳐 디스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업체 레드 로빈 고메 버거스도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1분기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덜 강했고 계속해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추이에도 생활비 위기의 종식을 선언하기엔 시기상조란 지적이 잇따른다. 

블룸버그는 "(디스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소매가에 반영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고 밝혔다. 운송, 노동을 포함한 다양한 비용들도 판매가에 영향을 미치며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들은 물량을 몇 달전부터 사들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한 한번 올린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기 때문에 원자재값 하락세를 반영할지 미지수다. 이에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불필요하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할 경우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조셉 글라우버는 "원자재 측면에서 모든 징후들은 가격이 연말까지 떨어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도 "소비자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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